제12화
밤에 잠에서 깼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곁에 있는 사람을 끌어안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짙은 향수 냄새가 배어 있는 긴 머리카락이었다.
그 순간 그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고 그 뒤로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식사 도중에도 그는 습관처럼 말을 내뱉었다.
“소은아, 식초 좀 가져다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마주 앉아 있던 한유라의 의아하면서도 불쾌한 눈빛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입가에는 당황을 감추려는 어색한 미소만이 맴돌았고 마음속은 텅 비어버린 듯 공허했다.
한유라는 그의 이런 산만한 태도와 자신과 또 다른 누군가를 무의식중에 비교하는 듯한 말과 행동을 예민하게 눈치챘다.
그럴수록 그녀의 불안은 커졌고 집착은 점점 더 심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해 그의 위치와 상황을 확인했고 급기야는 몰래 그의 휴대폰을 뒤지기까지 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싸움이 잦아졌다.
어느 날, 한유라는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도윤 씨 변했어! 예전엔 안 그랬잖아! 지금은... 지금은 나를 보는 눈빛부터가 달라졌어! 너 아직도 그 이소은이라는 여자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 대체품이었던 여자를?”
‘대체품’이라는 단어가 달아오른 비수처럼 나도윤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이미 상처투성이였던 그의 마음은 그 말 한마디에 다시 한번 무참히 파였다.
그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충혈된 눈이 무섭게 번뜩였고 그동안 꾹 눌러 참아 왔던 짜증과 공허함, 그리고 스스로도 들여다보기를 꺼려 왔던 통증까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닥쳐!”
목이 쉰 듯한 거칠고 날 선 목소리였다.
그가 몸을 벌떡 일으키자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렇게 말하지 마! 소은이한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말이 끝나자마자, 정작 그 자신이 먼저 얼어붙었다. 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이내 커다란 울분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녀를 집어삼켰고 참아 왔던 감정이 터지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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