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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도윤은 이소은의 무심하고 어딘가 비꼬는 듯한 태도에 끝내 폭발했다. “좋아. 아주 좋아.” 분노로 가슴이 거칠게 요동쳤다. 그는 이를 악문 채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순간 전해진 강한 힘에 이소은은 얼굴을 살짝 찌푸릴 만큼 통증을 느꼈다. “당장 나랑 같이 그 기자 만나러 가. 직접 확인시켜 주지. 이 영상 속 여자가 정말 너인지 아닌지. 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부 다 까발려 보자고!”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를 끌어당기듯 잡아끌며 현관 쪽으로 향했다. 이소은은 비틀거리며 끌려갔고 손목에는 참을 수 없는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렇게 차에 올라탄 뒤, 나도윤은 핸들을 꽉 움켜쥔 채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러다 중간쯤,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비서의 전화에 그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뭔데? 지금 바빠!”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나도윤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빠지듯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거칠게 멈춰 섰다. “뭐라고? 유라가 아직 안 나왔다고? 알았어. 나 지금 당장 갈게!” 순간, 이소은을 끌고 가겠다던 분노 따위는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했다. 그는 급히 차를 돌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한 고급 주택 단지였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건물 한 채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고 불길은 금방이라도 하늘을 집어삼킬 기세로 번지고 있었다. 소방차의 사이렌과 붉은 경고등이 밤공기를 가르며 현장을 가득 메웠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나도윤은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현장으로 돌진했고 곧 소방관들에게 거칠게 제지당했다. “선생님! 지금 안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놔! 내 친구가 안에 있어! 아직 안 나왔단 말이야!” 나도윤의 눈은 피로와 공포로 붉게 충혈돼 있었고 그는 고함치며 몸부림쳤다. “우리 대원들이 이미 구조 작업 중입니다! 지금 들어가시면 정말 죽습니다!” “유라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도 살 이유가 없다고!” 그는 절규하듯 외치며 소방관들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누구도 말릴 틈도 없이 치솟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지듯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소은은 차 안에 그대로 남은 채 차창 너머로, 그의 결연한 뒷모습이 짙은 연기와 불길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현장 곳곳에서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고 불타는 건물 안에서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 나도윤이었다. 그의 품에는 젖은 담요에 감싸인 한유라가 꼭 안겨 있었다. 나도윤의 온몸은 화상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지만 한유라는 놀란 기색을 보일 뿐 눈에 띄는 부상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는 그녀를 의료진에게 넘기자마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그대로 의식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병원 안. 나도윤은 끙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떴고 온몸은 불에 덴 것처럼 욱신거렸다. 눈앞에는 낯선 하얀 천장이 펼쳐져 있었고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자마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유라야!” 그때, 옆에서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라 씨, 무사해.” 나도윤이 고개를 돌리자 이소은이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 병실에 있어. 조금 놀라긴 했지만 크게 다친 데는 없어. 오히려 도윤 씨 상태가 더 심각해. 다발성 화상에 연기 흡입으로 폐 손상도 있어서 며칠은 입원해야 된대.” 나도윤은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소은아. 나...” “알아.” 이소은은 컵에 물을 담아 면봉에 적신 뒤, 그의 메마른 입술을 조심스럽게 적셔주었다. “불길이 심했지. 급한 상황이었고 걱정되는 사람이 있으니까 뛰어든 거잖아. 이해해.” 나도윤은 그녀의 담담한 얼굴을 바라봤다. 그를 돌보는 그녀의 손길은 마치 감정을 덜어낸 간호사처럼 기계적이고 습관적이었다. 그 순간, 화상의 통증보다 더 깊은 고통이 그의 가슴속에서 천천히 번져 올라왔다.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이소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한 뒤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제가 이소은인데요. 지금요? 직접 가서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곧 갈게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가방을 챙겼다. “어디 가?” 나도윤은 다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처리할 일이 좀 있어.” “지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예전 같았으면 그가 감기 기운만 있어도 하루 종일 곁을 지키며 간호해 주던 사람이었다. 이렇게 중상을 입고 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떠나는 그녀가 낯설었고 무엇보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이소은은 그런 그의 반응이 우습기까지 했다. 그녀는 손목을 천천히 빼내며 조용히 말했다. “그때 내가 다쳤을 땐 도윤 씨도 바쁘다면서 오지도 않았어. 난 간병인을 불렀고 혼자서도 잘 지냈지. 도윤 씨는 비서도 있고 경호원도 있고 가정부도 있잖아. 내가 여기 남아서 할 일은 없을 것 같네.” 나도윤은 그녀의 손을 놓친 그 순간,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상실감에 휩싸였다.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내 여자친구잖아! 이럴 땐 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일이 나보다 더 중요해?” 이소은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또렷하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응. 당신보다 중요해.” 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조차 돌아보지 않은 채,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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