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다만 엄숙한 송여진의 표정에 주지한의 마음이 자꾸만 밑으로 가라앉았다. 더는 버틸 동력이 없었던 주지한은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 허리를 구부린 채 억지로 웃었다.
“지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주지한이 다급하게 태블릿을 열어 송여진에게 건넸지만 후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곧이어 태블릿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 영상에서 서유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주지한에게 먹으면 기억을 잃는 약을 먹이고 있었다.
다음 영상은 서유진이 괴롭힘을 당하다 아이를 잃고 감옥에 들어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고통받는 모습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자 감정 결과가 보였는데 서유진의 뱃속에 든 아이는 주지한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송여진은 태블릿에 나오는 영상을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생이었다면 주지한을 용서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다.
십 분으로 편집된 영상이 끝나자 주지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송여진을 바라봤다.
“지니... 여진아... 조사는 끝났고 서유진도 받아야 할 벌을 받았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다만 송여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너무 늦었어. 네가 서유진과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우리는 끝난 거야.”
아무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 눈빛에 주지한은 가슴이 철렁했다. 목숨보다 사랑한 여자를 너무나도 허무하게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목구멍이 메어왔다.
“지니야. 화내지 마.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기회를 주라. 응?”
이 말에 강무열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송여진이 그런 강무열의 등을 토닥이며 또렷한 눈빛으로 말했다.
“화난 거 아니야. 그래도 답을 알고 싶다면...”
송여진이 잠깐 뜸을 들였다.
“너를 용서한 거야.”
다만 주지한이 기뻐하기도 전에 송여진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더는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 보다시피 이제는 임자가 있는 몸이라서.”
두 번째 생을 살면서 어릴 적 뼈에 새길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을 포기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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