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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미 헤어지기로 결심했지만 주지한의 말은 여전히 화살이 되어 송여진의 가슴에 박혀 허리를 펴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송여진이 고개를 들자 주지한이 미안한 표정으로 안에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당신은 누구예요?” 주지한이 가슴을 움켜잡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송여진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본 순간 심장이 저릿하게 아팠다. 송여진은 씁쓸함을 삼키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저...” 송여진이 말끝을 채 맺기도 전에 주지한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역겹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한 패였군요. 나는 주씨 가문이라는 곳에 돌아갈 생각 없으니까 꿈 깨요. 앞으로 우리 생활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라고요.” 주지한은 한 번도 이런 말투로 송여진에게 말해본 적이 없었다. 늘 송여진이 하자는 대로 따라줬는데 그 달콤한 기억이 지금은 사람을 아프게 찌르는 검이 되고 말았다. 송여진은 가슴이 너무 아프면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디가드가 앞으로 다가서며 송여진을 보호하자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었다. “지한아, 또 그 보디가드야? 나 무서워...” 소리를 들은 주지한은 안색이 변하더니 당황하기 시작했다. 몸을 홱 돌린 주지한은 어디선가 나타난 서유진을 등 뒤로 감추며 말했다. “유진아,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이러다 다치면 어떡해.” 서유진이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돼서 그러지. 너 정말 주씨 가문으로 돌아가면 나는 어떡해.” 주지한의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걱정하지 마.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평생 네 곁에 있을게.” 송여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가슴이 철렁했고 비서가 조사한 내용이 떠올랐다. 알고 보니 그날 불이 났을 때 서유진도 거기에 있었다. 주지한과 송여진이 쓰러졌을 때 사람을 시켜 심하게 다친 주지한을 데려가고 화재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증거를 조작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주지한을 이 세상과 단절된 작은 섬에 숨겨두는 바람에 송여진은 3년을 찾아 헤매야 했다. 서유진은 보디가드들이 에워싼 사람이 송여진이라는 걸 발견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유진아.” 서유진이 애써 웃음을 보이며 주지한에게 잠깐 나가달라고 말하더니 송여진의 손목을 으스러지게 잡았다. 송여진이 그 팔을 뿌리쳤다. 다만 송여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유진이 먼저 다급하게 설명했다. “여진아, 내가 잘못한 거 알아. 지한을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 송여진이 콧방귀를 뀌며 덤덤하게 말했다. “죽었다는 증거까지 조작해 놓고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고 말하면 누가 믿어?” 마음속에 숨겨둔 비밀을 들킨 서유진이 입술을 꽉 깨물더니 평온한 송여진의 얼굴을 보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여진아, 지한이 너만 사랑한다는 거 알아. 기억을 회복하면 아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너를 찾으러 갈 거야. 그런데 왜... 나도 오랫동안 사랑했는데 왜... 왜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야... 내가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한달... 딱 한 달만 더 주라. 그러면 내가... 내가 다시 돌려줄게...” 송여진이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주지한을 바라봤다. 주지한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사냥감을 발견한 늑대처럼 죽일 듯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서유진을 다치게 하면 바로 덮쳐서 물어뜯을 것처럼 말이다. 송여진은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아팠지만 더는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가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여 서유진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긴장할 거 없어. 너의 민낯을 까밝히러 온 게 아니라 두 사람을 주씨 가문으로 데려다주려는 거야.” 서유진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을?” “너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혼자 돌아가려고 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저번 생에 송여진은 보디가드를 시켜 억지로 주지한을 집으로 데려갔다. 가는 길에 주지한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반항했고 차에서 여러 번 뛰어내리는 바람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 뒤로 3일 내내 단식투쟁 하다가 사람들이 한눈판 틈을 타 병원 3층에서 뛰어내렸고 뼈가 부러졌음에도 절뚝거리며 서유진의 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다 서유진이 바다에 투신해 뱃속의 아이와 함께 자살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평생 서로를 원망하면서 살았다. 저번 생에 날로 피폐해지던 주지한의 모습을 떠올리며 송여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에 관해서는 아저씨, 아주머니께도 말씀드렸어. 반대하지 않더라. 그러니까 가서 지한이나 설득해.” 결정을 내린 지는 한참 되었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자니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것처럼 너무 아팠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희소식에 이성을 잃은 서유진은 그 말이 사실인지 의심하기도 전에 주지한에게 뽀뽀하더니 물건을 정리하러 갔다. 주지한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송여진을 바라봤다. 송여진이 서유진에게 나쁜 마음을 품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주지한의 태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미안해요. 전에는 내가 오해했네요. 유진을 해코지하려는 줄 알았어요. 상처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주지한의 태도는 이제 서유진에게 달려있었다. 송여진에게 손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주지한이 사람을 시켜서 서유진을 때려죽이려는 걸 송여진이 간신히 뜯어말렸는데 그건 아예 까맣게 잊은 것 같았다. 그때 주지한은 경찰서에서 풀려나자마자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송여진을 꼭 끌어안았다. “미안해. 지니야. 서유진이 너를 다치게 한 건 다 내 불찰이야.” 그 뒤로 송여진은 한 번도 서유진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다시 지금, 이제 주지한은 송여진 소유가 아니었다. 송여진이 입꼬리를 당기며 대답하지 않았다. 주씨 가문 별장. 주충섭과 진성희는 돌아온 두 사람을 보며 심장이 철렁했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티 내지 않고 주지한에게 집안 상황을 설명해 줬다. 다만 송여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 “너희 형 약혼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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