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평소 목소리를 낮추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시점에서는 안유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했다. 다행히 상대방은 그의 아내가 정말 실종된 것을 확인한 뒤 한발 물러섰다.
백승우는 자신의 바람대로 안유정의 소셜 계정을 얻었다. 프로필 사진은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이고 계정도 그녀 본인처럼 형언할 수 없는 품위와 평온함이 느껴졌다.
안유정은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수년간 자신의 일상을 온라인에 기록해 왔다.
그녀는 이 플랫폼이 출시될 당시 신규 사용자 중 한 명으로 처음 올린 게시물이 바로 그들이 처음 사랑에 빠진 직후였다.
[오늘부터 1일~^^]
당시 유행했던 이모티콘이 지금 보면 무척 구식이었지만 백승우는 여전히 행복하게 웃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를 사랑했던 안유정의 감정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계정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했다. 틈틈이 연습했던 그림, 연애할 때 그가 준 선물, 결혼할 때 받았던 꽃다발, 결혼 후 정성스레 가꾼 꽃밭까지...
백승우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녹아내린 가슴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욕심스럽게 과거를 회상할 즈음, 그녀는 더 이상 사진을 올리거나 자신의 삶을 공유하지 않았고 반년 전 옥상 그네에 앉아 찍은 밤하늘이 마지막 게시물이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임진희와 그런 사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주 은밀하게 숨겨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흔적이 드러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례 없는 후회가 백승우를 휩쓸었고 그는 용기를 내어 어젯밤 늦게 안유정이 보낸 마지막 문자 기록을 클릭했는데 내용은 아주 짧았다.
[이젠 끝.]
안유정은 어떠한 힌트도 남기지 않았지만 백승우 본인은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알았다. 그녀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 오랜 세월의 관계도 완전히 끝나버렸다.
백승우는 제정신이 아닌 채로 하루를 보냈다.
해가 지자 아늑했던 집은 차가운 건물로 변했고, 침대에 홀로 누운 그는 엄청난 공허감에 휩싸였다. 극도로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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