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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뺐어.”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우리 사랑의 증거인데 왜 뺐어?” 안유정은 대충 둘러댔다. “요즘 살이 쪄서 사이즈가 안 맞아.” 그제야 백승우의 표정이 조금 풀리더니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그럼 나중에 가게 들러서 치수 바꿀게.” “그때 다시 얘기해.” “그건 그렇고 테이블 위에 있는 건 뭐야?” 백승우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탁자 위에 놓인 예쁜 보석 상자를 가리켰다. “유정아, 이거 나한테 주는 선물이야?” 안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안에는 작은 은색 덩어리가 들어 있었는데 결혼반지를 녹여 넣어둔 것이었다. 백승우는 무척 기뻐했다. “오늘 무슨 날이야? 유정이 네가 웬일로 날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안유정의 마음은 다시 한번 차갑게 식었다.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야.” 순식간에 백승우의 얼굴이 못나게 일그러지며 아부하듯 안유정을 달랬다. “미안해, 유정아. 나 요즘 일 때문에 너무 바빴어. 아니면 오늘 저녁에 외식할까? 지금 식당 예약...” “됐어. 이미 먹었어.” “그럼 야경 보러 갈까? 산책하러 갈래?” “피곤해. 쉬고 싶어.” 백승우는 달래주듯 뒤에서 안유정의 허리를 살며시 감쌌다. “가자, 유정아. 같이 산책하는 것도 오랜만이잖아. 요즘 자꾸 네가 나한테 차갑게 대하는 것 같아. 계속 이러면 우리 유정이 마음이 변한 건 아닌지 의심할 것 같아.” ‘내 마음이 변했다고? 네가 먼저 다른 사람 만났잖아. 네가 먼저 나한테서 등 돌렸잖아. 나도 이젠 영원히 마음 접고 몸도 마음도 사라져 줄게.’ 가는 동안 백승우는 차를 운전하며 안유정과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시종일관 웃으며 떠들어댔다. 안유정은 조수석에 앉아 고개를 기울인 채 창밖을 바라보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조금 전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조수석 틈에서 여성용 스타킹 하나가 손에 닿았다. 누가 봐도 입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밀어 넣었다. 이미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더 이상 그와 더 언쟁하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는 거짓말을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으니까. 얻을 수 없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강가에 도착하자 백승우가 먼저 차에서 내려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유정아, 도착했어.” 안유정은 정말 오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둘이 막 만나기 시작할 때 자주 오던 곳이었다. ‘여기서 시작했으니 여기서 끝내자.’ “우와, 오늘 방송에 나온 백 대표님이잖아. 자기가 직접 결혼반지 만들었다던 그 사람!” “기억나. 저런 남자가 또 어디 있겠어.” “사모님이 차에서 내릴 때 머리 부딪힐까 봐 막아주기까지 하네. 어머, 너무 다정해!” 말하는 동안 백승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다소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해, 유정아. 잠깐만 기다려. 업무 전화라 금방 받고 올게.” “일 봐.” “여기서 기다려. 돌아다니지 말고.” 당연히 주위에는 또 한 번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 대표님은 아내를 딸 대하듯 하네.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가 봐.” “너무 아낀다!” 오직 안유정만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강가에 서서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백승우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정과 사랑, 그리고 약간의 다급함이 느껴졌다. 그게 어떻게 업무 통화겠나. 하지만 굳이 들추지는 않았다. 강변이 조금 쌀쌀해서 그녀는 차로 돌아가서 기다렸다. 자동차 스크린에는 백승우의 소셜 계정이 로그아웃되지 않은 채 휴대폰과 연결되어 있었고 채팅 기록 말풍선이 위로 하나씩 올라갔다. 상대 닉네임은 ‘야옹이지니’였다. [나 보고 싶었어?] [오빠 없는 밤은 너무 허전해.] [밝히긴, 낮에 일곱번이나 예뻐해 줬는데 부족해?] [부족해, 오빠. 난 더 원해.] [알았어, 내일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만족시켜 줄게.] [히히, 그럼 내일 검은색 스타킹 신고 출근할게.] 이어지는 대화 내용은 더욱 낯 뜨거웠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야설과 음란함이 가득했다. 안유정은 뼛속까지 오싹한 기분이 들어 화면을 꺼버렸다. 추운 건지 화난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떨면서 손톱이 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백승우는 약 15분 만에 재빨리 돌아왔다. 차에 다시 앉은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통화 끝나고 고개 돌렸는데 네가 안 보여서 깜짝 놀랐어. 무사해서 다행이야.” 안유정은 위선적인 그의 얼굴을 더 이상 보기 싫어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밖이 추워서 차로 돌아왔어.” “그래, 잘했어. 네가 원하는 곳에 있어야지.” 안유정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채팅 기록을 보고 난 뒤 문득 그 말이 다르게 들렸다. 원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니. 조수석 틈에 있던 그 스타킹... 설마 조수석에서도 그 짓을 했던 걸까. 안유정은 갑자기 메스꺼움을 느끼며 차 문을 열고 구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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