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정신이 딴 데 팔려있던 찰나, 우상혁이 슬쩍 손바닥에 조그마한 약병 하나를 쥐여주었다.
그 얼굴엔 은밀하고도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이거, 내가 암시장에서 구해 온 보물이에요.”
“한 알이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더 먹이면 남는 건 본능뿐이죠.”
“이거 박 대표님한테 먹이고 그냥 그대로 밀어붙이세요. 부부싸움이란 게 원래 칼로 물 베기잖아요.”
“내가 장담하는데 오늘 밤은 아주 신혼 못지않을 거예요. 다만 박 대표님한테 좀 살살 하셔야 해요.”
심민아는 기가 막혀 말을 잃었다.
‘살살 하라고? 내가 무슨 늑대도 아니고.’
“걱정도 팔자네. 내가 그런 기회 노리는 비겁한 인간으로 보여?”
말은 그렇게 해놓고도 심민아는 아무렇지 않게 약병을 주머니에 쏙 넣었다.
클럽 바 VIP룸.
“뭐? 심민아가 변한 게 전부 ‘연기’라고? 널 속여서 자율주행 기술을 방성훈한테 넘기려고 그런 거란 말이야?”
술을 마시다 목이 막힌 육해인은 사레가 들려 어이없어했다.
“말도 안 돼. 심민아 씨는 널 정말 사랑하고 있던데?”
하지만 술잔을 비운 박진호의 눈빛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고 그 맑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어떤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늘 두 눈과 귀로 직접 그 장면을 목격했다.
“말도 안 돼. 심민아가 그런 비열한 짓을 할 리 없어.”
육해인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원래 심하 그룹 기술이고 그걸 계속 심 회장이 관리해 왔잖아. 너한테서 그걸 훔쳐 갈 이유가 없지.”
말끝을 흐리던 육해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그 기술이 지금 네 손에 있는 건 아니지?”
박진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육해인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당황했다.
“진짜로? 그럼 심 회장한테 생긴 일 그거 설마, 정말 네가...”
그동안 세간에는 루머가 돌고 있었다.
금기처럼 입에도 올릴 수 없었던 심태호의 이름과 그의 손에 있던 자율주행 기술.
그리고 그걸 금지시킨 자는 바로 박진호였기에 이 둘을 연결 짓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박진호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