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떠나는 날 진이서는 정처 없이 역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이 가는 대로 표를 끊어서 기차에 올랐는데 마침 안도혁을 만나게 되었다.
안도혁은 정말 너무 부드러웠다. 처음 본 사람에게서 어렴풋이 할머니의 그림자를 보아낼 만큼 말이다.
뒤에 이 일을 꺼낼 때마다 안도혁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지금까지 나를 할머니 같다고 한 사람은 없었는데.”
안도혁이 이 얘기를 꺼낼 때면 진이서는 그저 난감한 표정으로 웃을 뿐 뭐라고 대꾸할 수가 없었다.
기차에서 만남은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돈이 모자라 배를 곯는 진이서에게 빵을 절반 갈라서 나눠준 사람은 안도혁밖에 없었다.
그 뒤로 다시 만난 건 우렁 마을이었다.
진이서는 이곳이 할머니와 살았던 곳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전에 살던 집까지는 찾지 못해도 비슷한 곳에 자리를 잡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마을은 부유하지 않아도 정이 많아 홀로 발을 붙인 여자도 흔쾌히 받아줬다.
마을의 아주머니들은 진이서를 후배처럼 아끼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줬다. 다만 그중에서도 제일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안도혁이었다.
안도혁이 일할 기회를 주고 살아갈 동력을 줬다. 그때 안도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진이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안도혁이 진이서에게 고백했고 진이서는 그 고백을 받아들였다.
진이서는 20년간 참고 살면서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서,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도혁은 진이서가 꽃을 좋아하는 걸 알고 함께 언덕에 꽃을 심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두 사람은 함께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안도혁은 늘 진이서를 응원했다. 하여 우렁 마을에 남았고 만남이라는 꽃방을 열었다. 다만 손님이 많아지면서 안도혁은 고생하는 진이서가 마음이 아팠고 진이서가 자신이 만든 그늘에서 편히 쉬기를 바랐지만 진이서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얹혀사는 건 예전으로 충분하니 이제는 자기 손으로 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싶었다. 그래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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