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후회
주리아의 말에 구재이의 표정이 바로 굳어버렸다.
‘관두자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할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이 기계는 예전에 해본 적 있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내 인생엔 포기란 없어. 고작 춤추는 기계잖아? 두고 봐, 내가 저 안에 인형들 다 꺼낼 거야. 넌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
구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고질적인 버릇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무의미하다고 여겨도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구재이는 모두가 반대했음에도 끝내 민지환과 결혼을 선택했다.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후회'라는 단어를 인생에 새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민지환과 결혼 뒤에 찾아온 건 분명한 후회였다.
구재이는 다시 댄스 기계 위에 올랐다. 이런 기계를 만져본 건 무려 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결혼 후 3년 동안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전부 포기했고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주부로 살아왔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었다는 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복한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그녀는 자신의 전부를 포기했던 것이다.
물론 그 3년이 전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금에 와서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을 뿐이다.
지금도 보면 그렇지 않은가. 예전에는 그렇게나 능숙하게 잘하던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구재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직도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일 생각이었다.
그녀가 다시 기계 위에 올라서자 주리아는 바로 알아차렸다. 이번은 처음과 다르다는 것을.
구재이의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고 이건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지라 주리아는 안도하듯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이게 진짜 우리 재이 모습이지.'
구재이는 기계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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