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능숙한 거절
뒤이은 식사 자리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도 이번 만남은 단순히 함께 식사하는 게 목적이었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하고 못 하면 그만이었다. 협력 관계를 다지는 정도의 자리일 뿐이다.
다만 오늘은 원치 않은 인물들이 끼어 있었던지라 두 사람은 눈빛만 주고받으며 협력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뒤 곧장 각자의 회사로 흩어졌다.
“너 정말 이상하네. 오늘은 그냥 단순하게 식사하면서 업무 얘기 좀 더 나누려던 건데 네가 그렇게 만든 탓에 말도 제대로 못 꺼냈잖아. 괜히 구재이 씨가 오해라도 하면 어떡할까 걱정됐다고.”
오늘 민지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투명인간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도 지혁의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오늘 준비해둔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고 다시 약속을 잡아야 했다. 게다가 꽃다발까지 건네 버린 탓에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해졌다.
“그런데 왜 하필 꽃다발이야?”
민지환은 꽃다발 얘기에만 정신이 팔린 상태였었다. 구재이는 능숙하게 거절했다. 그 모습만 보아도 그녀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해 왔을지 알 수 없었다.
예전의 그는 전혀 몰랐다. 구재이가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라는 것을. 그녀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의 구재이는 그저 빛바랜 존재,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의 구재이는 그가 아는 사람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지혁은 의아한 눈길로 민지환을 보았다.
“예전에 구재이 씨와 대화한 적 없었나? 다른 자리에서 둘이 만난 적이 있던 거로 기억하는데, 내가 잘못 기억한 건가? 아니면 진짜로 몰랐던 거야? 다들 구재이 씨가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게 비겁한 수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야. 오로지 구재이 씨 능력과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거야.”
“이번 협력만 봐도 알 수 있지. 사실 이번 협력에서 이익은 우리 쪽에서 더 챙겼어야 했어. 근데 구재이 씨가 내놓은 조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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