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모두의 시선이 여경민에게 쏠렸고 제정신이 아닌 김희숙조차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여경민을 쳐다보았다.
“착한 손자야, 빨리 말해봐. 할머니도 궁금해. 아직도 내 귀한 손자며느리를 아껴주는지 말이야.”
여경민은 의자에 무심하게 기대어 앉아 긴 손가락으로 물컵을 잡고 느긋하게 돌리며 말했다.
“이건 우리 부부만의 비밀이니까 어린애나 어른들은 참견하지 마시죠.”
“쳇!”
온나연은 참지 못하고 눈을 흘기며 여경민의 정신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들 사이 감정은 진작 바닥이 났는데 꼭 여전히 뜨겁고 애틋한 사이처럼 말하고 있었다.
여소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여경민과 온나연이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게 불쾌해 계속해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온나연을 괴롭혔다.
“내 생각엔 오빠가 새언니를 건드리지 않는 게 분명해요. 생각해 봐요. 새언니는 매일 여러 시체를 만지고 그 시체의 오장육부를 파헤치니까 손에 끈적이는 게 묻거나 얼굴에 튀어서 냄새가 날 텐데, 한번 입을 맞춰도 사흘은 역겨울 거예요.”
여소정의 이렇듯 생생한 묘사에 모두가 덩달아 역겨움을 느끼며 심지어 여옥빈조차 무의식적으로 입을 가렸다.
“그만해, 말하지 마. 밥 먹는 중이잖아.”
여경민이 단호한 얼굴로 여소정을 꾸짖으며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했다.
“하하, 경민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오빠도 정말 역겹고 싫죠? 새언니랑 입 맞춘 지도 오래됐죠?”
여소정은 온나연에 대한 모두의 반감을 성공적으로 불러일으킨 것에 매우 만족하며 여경민의 팔짱을 낀 채 웃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온나연이 민망함을 느끼도록.
하지만 온나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미 특별한 직업을 선택한 순간부터 수많은 비난과 편견에 직면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일상에서 여소정보다 더 역겹고 악의적인 사람들도 만나봤기에 이미 귀에 딱지가 앉아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김희숙의 머리를 땋아 주었다. 손가락이 날렵하게 노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사이를 오가더니 금세 어깨에 내려오는 두 갈래 땋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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