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임창수는 얼굴 하나 붉히지 않은 채 심장도 미동조차 없이 몸을 굽혀 꼬마 아가씨 양희수와 눈높이를 맞추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오빠랑 희수 엄마는 말이지. 네가 도망가면 내가 쫓고 네가 숨으면 내가 찾는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그걸 숨바꼭질이라고 하지?”
“맞아요. 그게 숨바꼭질이에요. 희수도 숨바꼭질 좋아하는데 우리도 해요.”
양희수는 신나서 온나연의 손을 잡아끌며 계획을 세웠다.
“나랑 엄마가 숨고 오빠가 찾는 거예요.”
“좋아. 그럼 내가 50까지 셀 테니 잘 숨어. 내가 찾으러 갈게.”
임창수는 아이에게 맞춰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 순간 온나연은 여전히 정신이 멍했다. 조금 전의 ‘키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다가 양희수에게 끌려 억지로 숨바꼭질에 참여하게 되었다.
양희수는 거실 커튼 뒤로 들어가 숨었고 온나연은 잠시 망설이다 침실로 몸을 날렸다.
“마흔여덟, 마흔아홉, 쉰.”
임창수는 고개를 들며 커튼 뒤로 삐져나온 작은 발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곧장 양희수를 찾으러 가지 않고 곧장 침실 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그의 방이었다. 안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그는 눈을 감아도 그릴 수 있었다.
“희수가 여기 있나?”
그는 일부러 그렇게 말하며 방 안을 훑었다.
그러나 눈빛은 예리하게 빛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온나연의 흔적을 찾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녀의 물건이 그의 방에 놓여 있다면 그것은 마치 두 사람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증거 같았다.
마치 동거하는 연인이나 부부처럼, 내 안에는 네 흔적이 스며 있고 네 안에는 내 흔적이 자리한 서로 쉽게 떼어낼 수 없는 관계를 떠올렸다.
하지만 방 안에는 그를 만족시킬 만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 책상 위에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는 게 전부였다.
그 사소한 물건 하나만으로도 임창수는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책상 앞으로 다가가 아직 꺼지지 않은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심결에 온나연이 의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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