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3장
이전에 안전 요새에서 만검귀종의 제자들을 전멸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이천후였다.
그야말로 씻을 수 없는 원한이었다.
“서... 선배님, 저기... 저 사람들이...”
청이는 그들을 보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가리켰다.
“동요하지 마요. 그들이 없는 셈 치면 돼요.”
이천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제성의 무리들이 전멸한 사실을 이들이 확실히 알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날 밤 요새를 덮친 마수의 습격으로 인해 도시는 초토화되었고 수많은 무사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진상이 영영 묻혀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천후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황혜교.
그러자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실을 알고 있는 그녀가 이를 발설할지도 모른다.
이 일은 그렇게 쉽게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희, 만검귀종 제자들을 아는 거야? 그들은 멀리 주작 제국에서 온 자들이잖아.”
이천후와 청이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자 조민희가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이어 이천후는 속삭이듯 조민희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에요. 철천지원수죠. 저번에 안전 요새에서 제가 놈들 몇십 명을 죽였거든요.”
“뭐라고? 너 진짜...”
조민희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천후를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이 녀석은 가는 곳마다 어떻게 이렇게 강대한 적들을 만드는 거야?’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 후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앞줄에 앉아 있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 누군지 알아?”
“누군데요?”
“기정진이라는 자인데 만검귀종에서 서열 2위야. 실력은 금우 성자와 견줄 만한데 금우 성자조차 저 자를 보면 예의를 갖출 정도라고.”
“2위라고요?”
이천후는 흥미로운 듯 기정진을 훑어보았다.
확실히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그 순간 장내에 울려 퍼지는 힘 있는 목소리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러분, 이번 경매에 출품된 것은 방어 보법 ‘묵옥망토’입니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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