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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1장

이천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곧바로 다리를 포개어 앉은 채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불과 몇 초 사이 그의 전신에서 은은한 광휘가 피어오르며 완전히 정좌한 채 수련 상태에 들어갔다. 우나연은 이천후 주변을 감도는 그 아른아른한 빛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 물결이 인 듯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밖에선 쫓는 자들이 눈을 번뜩이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이 불의 영역 깊은 곳엔 어떤 살기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긴박함 속에서 누가 편히 앉아 명상에 들 수 있을까. 하지만 이천후는 마치 태산이 무너져도 얼굴빛 하나 바뀌지 않는 담력으로 정좌하고 있었고 그 침착함은 등천로 수련자들 중 아홉 중 아홉을 압도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녀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간에서는 모두가 인간족 천교 이천후가 같은 세대를 누르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절세의 수련 경지는 사실 이렇게 찰나마다 틈을 비집고 쌓아올린 것이었다. 이 순간 이천후는 완전히 수련에 몰입한 상태였다. 그가 운용하는 것은 천제의 경전이었고 그와 함께 그의 등 뒤로 아홉 개의 찬란한 광륜이 솟구쳤다. 그 광륜은 마치 일곱 빛깔 용암을 분출하는 아홉 개의 화산처럼 성광과 이곳 화역의 정령 불꽃이 어우러져 백 리 내외의 지화를 끌어당기며 광휘 속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아홉 개의 영동을 지닌 괴물이 나타났군.” 어두운 붉은 용암 속에서 몇 쌍의 적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떠올랐다. 이들은 신염산에서 태어나 지맥과 융합된 존재인 화령들이었고 특유의 방식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간족 중에 아홉 개의 영동을 개방한 괴물이 있었다니...” “지금 저놈이 수련 중일 때 처치하는 게 낫지 않겠어?” “급할 거 없어.” 무리의 우두머리격인 화령의 눈동자 속에서 천 년을 넘도록 꺼지지 않은 영화가 이글거렸다. “일단 지켜보자. 저자가 여기에 온 진짜 목적이 뭔지. 어차피 이곳에 들어온 이상 결국은 우리에게 양분으로 흡수될 운명이잖아.” “인간족이란 종족도 참 기묘하지. 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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