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2장
“뭐가 그리 급해?”
화염룡의 발톱 끝에서 어두운 금빛 불꽃이 일렁거렸지만 그의 말투는 오히려 평온했다.
“저놈이 삼킨 건 우리 신염산의 손톱 때만큼도 안 되는 화정일 뿐이야. 열 번째 영동을 여는 수련자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괴물이라고. 그러니까 막 돌파 직전 가장 취약한 순간에 죽여야지.”
그런데 그 순간 이천후의 몸에서 이변이 터져 나왔다. 기존에 감돌던 아홉 개의 영동이 마치 살아 있는 화산처럼 용암을 뿜어냈고 그 중심부에 열 번째 소용돌이가 억지로 찢겨지듯 열렸다.
비록 그것은 동전 크기밖에 안 되었지만 마치 도철처럼 미친 듯이 화정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아무리 이천후가 심법을 운용하고 기운을 몰아넣어도 그 새로 생긴 소용돌이는 좀처럼 더 커지지 않았다.
이윽고 아홉 개의 영동이 동시에 소멸했고 이천후는 번개처럼 눈을 부릅뜨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 한 갈음에 화역 전체가 진동하고 주위의 산들도 ‘크르릉’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산꼭대기에서 불타는 거대한 암석들이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이천후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열 번째 영동은 결국 마지막 한 끗이 부족해 형태를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몸속에 이미 영동의 싹이 형성돼 있었고 계속해서 심법을 돌려 화정을 흡수하기만 하면 마치 사탕 풍선처럼 서서히 그 불구덩이를 부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구역의 검은 명화는 아무래도 강도가 부족했다. 그 뜨거움이야 그저 불씨를 품어주기엔 적당했으나 진정으로 각성의 벽을 뚫기엔 힘이 모자랐다.
“아무래도 더 깊숙이 들어가야겠군.”
이천후는 옷깃의 불씨를 툭툭 털며 허공에 떠 있는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나연아, 네 번째 명화는 화력이 부족해.”
우나연은 공중에서 지팡이를 휙 돌리더니 대답했다.
“그럼 계속 들어가면 되죠. 열 번째 영동이 열릴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고요!”
“망언을 지껄이는군!”
그때 갑자기 산바위가 ‘쾅’ 하고 갈라지며 시뻘건 균열 사이로 검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발이 돌을 쳐부수며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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