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6장
쾅.
화염룡이 산처럼 거대한 몸을 들이받으며 이천후에게 덤벼들었다. 커다란 발이 내려찍히는 그 기세는 산 하나쯤 단숨에 평평하게 만들 정도였으나 이천후는 주먹을 움켜쥔 채 정면에서 그 힘을 억눌렀다.
화염룡은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눈치채고 곧바로 몸을 틀어 후퇴했고 열 장은 족히 되는 기다란 꼬리를 휘둘러내자 그 궤적을 따라 튄 불꽃이 하늘 절반을 붉게 물들였다.
이천후는 발끝으로 지면을 툭 차고 허공을 날았고 그 직후 등 뒤에서 연속된 폭음이 뒤따랐다.
용의 꼬리가 스쳐 지나간 자리엔 맷돌보다 큰 바위들이 종잇장처럼 날아오르고 수백 년 된 노목들이 허리에서 두 동강 났다. 산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 마치 염라대왕이 지옥의 채찍으로 인간 세상을 후려치는 듯한 광경이었다.
“잘 왔어!”
이천후는 양팔을 크게 벌리며 전신에서 검은 뇌전을 폭발시켰다. 그건 평범한 번개가 아니었고 마족과 요괴를 박멸하기 위해 다듬어진 멸세의 적멸신뢰였다. 그 한 줄기의 번개가 산등성이를 삼 척이나 깎아낼 수 있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그 광경에 신염산의 화령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인간 뭐야...’
그들의 도련님과 맞붙는 것도 모자라 이젠 천년 도력을 지닌 화염룡까지 상대하고 있다니.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평소에 거만하기 이를 데 없던 소년이 화염룡의 참전을 묵인했다는 사실인데 이건 대놓고 둘이서 한 명을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소년도 더는 선택지가 없었다. 온 힘을 다해 싸웠건만 이천후는 도무지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소년은 자존심은 드높았지만 자만하지는 않았다.
“애송이야, 이번엔 제대로 맛 좀 봐라!”
화염룡은 온몸의 비늘을 우르르 울리며 소름 끼치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그러더니 철탑처럼 육중한 몸을 마치 빙글빙글 꼬인 비늘밧줄처럼 비틀어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방에 광풍이 일면서 하늘의 구름조차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이건 용족의 전통 보술 ‘용반주’였다.
웅, 웅, 웅...
곧 화염룡의 몸 곳곳에 찬란한 무늬가 떠올랐는데 그것은 단순한 문양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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