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8장
적산의 몇몇 성자들은 눈빛이 어두웠다. 성광 화신이 파괴된 걸 보니 이번에 정말 요광 성자가 크게 당한 모양이었다. 수많은 천재지보를 들여가며 정제해낸 그 분신은 두 번째 생명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본체의 구할에 가까운 수련력을 지닌 그 화신은 평소엔 살아 있는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걸 오늘 이천후가 맨손으로 찢어버렸다.
“이천후, 내가 본체로 출관하는 날 반드시 오늘의 이 빚을 받아낼 거야!”
이때 요광 성자의 목소리가 하늘을 울리며 구름을 뒤엎었다.
이천후는 제곤을 휘두르며 하늘을 가리켰고 곤봉 끝에서 번뜩이는 냉기가 구천을 찔렀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겁낼 줄 알았어? 오늘은 네 분신을 쳤으니 다음엔 네 본체를 죽일 거야. 만약 내가 널 멸하지 못한다면 내 이름 이천후를 거꾸로 쓸 거야!”
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광 성자의 남겨진 혼광이 산산이 부서져 밤하늘 별가루처럼 흩어졌다.
이천후는 그 잔광을 바라보다 비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그는 요광 성자가 왜 갑자기 도망쳤는지 이해가 됐다. 겉으론 성광이 화려했지만 그 분신은 이미 자원 소진으로 기력이 다한 상태였다.
비법은 비법대로 쓰고 도구는 도구대로 동원했으니 애초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본체랑 합쳐서 되살아나볼 심산이었나 본데 꿈 깨. 그런 가능성은 없을 테니까.”
이천후는 제곤에 남아 있던 성혈을 닦아내며 차갑게 웃었다.
요광 성자가 도망치다가 호신 성광도 흩뜨릴 만큼 다급했다는 건 그만큼 그 분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였는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제 분신이 사라졌으니 그자에게는 차라리 심장을 도려낸 것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이천후는 손에 새로 들어온 광명성검을 들여다보았다. 검신 위를 흘러가는 유금의 부문은 손바닥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걸 보니 이건 진짜배기 신병 도기다.
하지만 그 순간 전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모라도 잃은 듯 침울했던 지존연맹의 무리들이 이제는 마치 흥분제라도 맞은 듯 허리를 곧추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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