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47장
이천후는 지존연맹 백만 대군의 깃발이 펄럭이며 이곳으로 몰려오기를, 그들이 이 땅의 수호자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전장을 외면하지 않기를 기다렸다.
그렇다면 이천후는 결코 그 틈을 파고들어 이득을 챙기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간을 찢고 나와 한때 적이었던 지존연맹의 천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이 외역의 마환에 맞서 함께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숨 막히는 한 시간이 지나 그가 마주한 것은 천마의 광폭한 포효였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광막의 비명이었다.
지존연맹의 깃발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그제야 그는 왜 외역의 천마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이 세계를 침탈하려 드는지를 깨달았다.
상대가 약하기 때문이다. 천로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지존연맹조차 정작 천마와 맞서야 할 순간에는 그저 머뭇거릴 뿐 피 한 방울 바치려 하지 않는 겁쟁이 집단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온갖 위협 속에서 근근이 생존해온 소규모 문파들 따위가 어찌 이 세계의 버팀목이 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은 이미 외역의 마귀들 눈에 약하고 속이기 쉬운 세계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다.
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가 되어버렸다. 부서지기 직전인 광막, 금방이라도 무너질 마계점, 이 대재앙을 막을 마지막 방벽은 어쩌면 이천후밖에 없었다.
황촌의 이장이자 지존연맹이 눈엣가시라 부르는 배신자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지도 몰랐다.
마차의 바퀴를 막기 위해서 차라리 사마귀의 앞다리라도 내밀어야 했다.
이때 이천후의 시선은 마치 지옥을 닮은 전장을 훑었다. 곧장 부서질 것 같은 마지막 장막을 바라보며 그의 온몸에 전에 없이 뜨겁고 격렬한 힘이 솟구쳤다. 핏줄을 타고 흐르며 심장을 뛰게 하고 그의 혼을 불태웠다.
이제 방법은 오직 싸움 뿐이다.
“오늘 내 뼈가 가루가 되고 혼이 흩어지더라도 반드시 저들과 싸울 거야!”
그 외침은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포효하듯 터져 나왔고 천마들의 절규도 전장의 굉음도 모두 집어삼켜버릴 만큼 웅장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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