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0장

신화, 그것은 바로 신화경 강자에게 있어 가장 핵심이자 가장 근원적인 생명의 표식이었다. 육신이 파괴되고 신혼이 부서진다 해도 이 생명법칙과 본원의 도법이 깃든 ‘신화’만 꺼지지 않는다면 진정한 죽음이라 말할 수 없었다. 슉. 그 희미한 자줏빛 신화는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순식간에 번뜩이며 움직였고 모두의 후속 공격이 몰아닥치기 단 일억분의 일 초 전 가장 극렬한 파괴 에너지의 중심부를 기괴하게도 관통하고 튀어나갔다. 우우우웅... 그리고 신화는 거세게 떨리며 귀를 찢는 듯한 고음의 진동을 뿜어냈다. 주변 공간에 흩어져 있던 마기, 정혈의 잔해, 심지어는 깨져버린 법칙의 파편들까지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에 사로잡힌 듯 그 신화를 향해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빛과 그림자가 뒤틀리는 사이 뿌연 인간의 형상이 맨눈으로도 보일 만큼 빠르게 실체를 드러냈고 눈 깜짝할 새 시천마군의 실루엣이 저 멀리 백 장 거리 너머에서 다시금 응축되어 형체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가 재차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의 기세는 눈에 띄게 쇠락해 있었다. 얼굴은 창백해 금박지처럼 변했고 몸은 흐릿하게 흔들리며 실체를 유지하는 것도 위태로웠다. 다시 형성된 은색의 전신 마갑은 윤기라곤 없이 빛을 잃었고 전면이 금이 가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본래 깊은 심연처럼 넘실대던 신화경 중기의 위압이 완전히 무너져 이제는 간신히 신화경 초기의 경계에 매달려 있을 뿐, 그마저도 곧 무너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비열한 미물들아! 감히 본좌를 기습하다니!” 시천마군의 두 눈은 무한한 원한과 광기의 마염으로 타올랐고 그의 시선은 이천후를 비롯한 여덟 명의 인물을 단단히 겨냥했다. 그가 토해낸 음성은 쉰 목소리에 왜곡된 분노가 뒤섞여 있었고 마치 구천지하의 악귀가 절규하듯 사방을 뒤흔들었다. “마군님을 보호하라!” 그와 동시에 그의 고함에 응답하듯 날카롭고 찢어지는 듯한 마족의 비명이 전장을 관통했다. 제단 가장자리에 침묵하던 채로 서 있던 열네 명의 강력한 요마들이 화형한 듯한 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