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0장
김치형은 이천후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히죽 웃어 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호기심이야 누구에게나 있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나도 공감이 되니까 그러는 거지! 실은 말이야, 나도 누나가 하나 있거든. 걘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진 않았어. 그래서 내가 일찌감치 삼촌 밑으로 들어갔지 뭐...”
“그만해.”
이천후는 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너희 집안 얘기엔 정말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이미 성큼성큼 걸음을 재촉해 저 앞에 홀로 걷고 있는 민예담의 등 뒤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젠장.”
김치형은 코를 찡그리며 한껏 무안한 표정으로 이천후의 뒷모습에다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그러곤 혼자 투덜거리며 뒤따랐다.
민예담은 흐트러짐 없는 걸음으로 일행을 이끌어 천기선원 깊숙한 곳 서원으로 향했다.
서원의 경계선을 막 넘어선 순간 눈앞의 풍경이 마치 세상이 뒤집힌 듯 확 트였다. 한 치의 티끌도 허락하지 않을 듯한 맑고도 순수한 영기가 얼굴을 스치듯 몰아쳤고 그 순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일렁거렸다. 마치 수십 년 쌓인 세속의 먼지가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그야말로 심신이 씻기는 체험이었다.
이곳은 진정 조화의 정수가 모인 신비의 땅이었다.
기이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우뚝 서 있었고 그 형세는 하나같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봉우리는 마치 검처럼 날카롭게 창공을 뚫고 있었고 또 어떤 것은 고요한 달을 품은 여신이 수줍게 고개를 돌린 형상을 닮아 있었다.
그 산들 사이로는 안개와 노을빛이 뒤엉켜 신비한 빛을 만들었고 그 아래에 이름조차 모를 이형의 꽃과 기묘한 풀들이 끝없이 피어 있었으며 그들 사이로는 촘촘한 영기가 흐르며 황홀한 향내를 흩뿌렸다.
곳곳에는 뿌리가 용처럼 얽히고 빛이 흐르는 선수들이 우거져 있었고 가지와 잎 사이에서는 일곱 빛깔의 채광이 살랑이며 흘렀다. 그 사이를 걷고 있다 보면 이곳이 과연 현실인지 고대의 화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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