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1장
“후...”
민예담의 입꼬리가 차디찬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올라갔다. 그 미소 속에 단 한 점의 온기조차 없었고 오직 더 깊어진 냉기와 농락당한 자만이 품을 수 있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계약 영수요? 꽤 괜찮은 핑계네요. 하지만 먼저 제가 구사한 설만건곤을 깨고 나서 그 짐승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죠.”
그녀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적어도 백 배는 더 압도적인 위력의 기세가 그녀의 가냘퍼 보이는 육신에서 터져 나왔다.
휘이이익...
쇳소리처럼 날카롭고 기개 넘치는 봉황의 울음소리가 마치 태고의 대혼돈 속에서 깨어난 신령의 포효처럼 울려 퍼졌고 그 음향이 닿는 순간 밀실 전체가 그 한순간에 요동쳤다.
그리고 갑자기 민예담의 등 뒤 허공이 요란하게 비틀리더니 순식간에 엄청나게 거대하고 실감나는 얼음빛 봉황의 허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온몸이 만 년 현빙으로 조각된 듯 정결하고 순수했다. 한 올 한 올의 깃털에는 신스러운 얼음빛이 흐르고 있었으며 날개를 펼친 모습은 하늘 전체를 덮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 봉황의 눈동자는 태곳적부터 녹지 않은 차디찬 별처럼 하늘 아래를 굽어보며 신적 존재만이 지닐 수 있는 무심한 위엄과 피에 각인된 고고한 자태를 드러냈다. 단지 허상일 뿐인데도 그 존재만으로 이 공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슉. 슉. 슉.
이천후는 숨이 막히는 듯한 충격 속에서 바라보았다.
허공을 떠돌던 수많은 육각 눈송이들이 마치 봉황의 신성을 부여받은 듯 하나같이 성스러운 빙청색의 신광을 흘리며 더욱더 찬란하게 변해갔다.
이제 그것들은 단순히 떨어지는 눈이 아니었다. 그것은 억만의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진 신병의 홍수요, 수만 겁을 눌러 짓밟을 힘을 품은 멸세의 폭풍이었다.
각각의 눈송이는 마치 한 세계를 압축한 얼음별처럼 무겁고 묵직했으며 그것이 닿는 순간 산조차 으스러뜨릴 중량과 만물을 단번에 얼려 파괴하는 극한의 냉기가 담겨 있었다.
살덩이 따위는 터지거나 녹아 그 자리에서 얼음먼지로 증발할 수밖에 없었다.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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