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2장
멸세의 폭류 속에서 드러난 압도적인 신력,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굽어보는 당당한 기개, 그리고 주먹으로 얼어붙은 공간을 부수며, 천지에 번개를 뿜어낸 그 찬란한 모습... 그 모든 장면이 마치 불멸의 각인처럼 민예담의 의식에 새겨졌다.
이것은 아무리 봐도 마음속이 더럽고 행실이 천박한 자가 가질 수 있는 힘과 심성은 아니었다. 점점 더 차가워지던 살기가 거두어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강렬한 호기심이었다.
민예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지만 이제는 그 어떤 분노도 담기지 않은 채 마치 신이 피조물을 관찰하듯 냉정하고 명료한 명령만 남아 있었다.
“이천후 씨의 계약 영수를 꺼내 봐요.”
두 손을 등 뒤로 가볍게 포갠 그녀는 여전히 고고하고 냉정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시선만큼은 단단히 이천후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직접 보고 싶네요. 대체 어떤 종족이길래 그토록 정교하게 남을 흉내 내고 그렇게 음란하기까지 한지 말입니다.”
공간마저 얼릴 듯 강렬했던 살기가 사라지자 이천후는 무의식중에 팽팽히 조여 있던 신경을 놓았다. 그리고 몸속에서 끓던 신력이 천천히 가라앉으며 그는 속으로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휴... 저 빙산 같은 여자, 일단은 화산 분출을 멈췄군!’
“이 개자식아, 나와!”
이천후는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니 손목에 걸린 어수환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당장 안 기어나와? 얼른 나와!”
쉭.
그가 외침을 끝마치기도 전에 순수의 극에 다다른 황금 신광이 어수환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 빛은 공중에서 스러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팽창하며 응결되었고 그 자리엔 믿기 어려운 광채를 두른 작은 신수가 형상화되었다.
황금빛 비늘로 온몸을 덮은 작지만 늠름한 한 마리의 어린 사자가 이천후의 어깨 위에 우뚝 섰다. 몸집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듯했지만 머리를 꼿꼿이 세운 모습에는 한 치의 위축도 없었다.
바람 한 점 없음에도 사방으로 퍼지는 황금빛 갈기, 그리고 작디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적인 기운은 무시할 수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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