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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9장

천기 성지의 성녀들은 문가에 서 있는 그 인영을 향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시선을 고정했다. 그들의 눈동자엔 공포와 경계가 교차하고 있었다. 만절 성녀의 명성은 피와 철로 이뤄졌다. 그녀가 한번 ‘사악한 존재’로 판단한 자에겐 설령 그가 동문수학한 선배라 할지라도 단 한 줌의 자비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선 정의란 이름 아래 언제든 피가 흘렀다. 그러나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김치형은 팔짱을 낀 채 느긋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엔 비웃음 섞인 흥미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눈빛에서는 그 어떤 공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속엔 타오르는 투지와 불꽃 같은 전의가 넘쳐흘렀다. 만절 성녀의 모든 생명을 내려다보듯한 압도적인 태도와 그녀 주위를 휘감는 천지를 찌를 듯한 기세도 김치형을 한 발짝도 물러서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강렬한 기운은 그의 피를 끓게 만들었고 온몸 깊숙이 잠들어 있던 투쟁 본능을 일깨웠다. “안연철, 나와.” 만절 성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말에 실린 단호한 기세는 그 어떤 외침보다도 강렬했다. 그녀의 말이 공간을 가르며 흘러나오자 순식간에 천기 성지의 대전 곳곳에까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안연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등은 돌처럼 굳어 있었고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안연철, 나오라고.” 두 번째 부름은 음조가 높아지며 천둥 같은 폭음이 되어 터졌다. 순간 대전이 울렸고 안연철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의 얼굴에 뚜렷한 짜증이 서려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대답은커녕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김치형은 입가를 비틀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더니 대전 입구를 가로막고 서서는 쏘아붙였다. “야! 우린 너 따위를 상대할 시간 없어. 눈치 좀 챙기지 그래? 문 앞에 서서 고래고래 소리나 지르는 걸 보니, 너 장터에서 싸움질하는 아낙네냐?” 그러나 만절 성녀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김치형이 말하는 것은 단지 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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