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0장
곁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천후의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했다. 그는 만절 성녀의 온몸을 휘감으며 끊임없이 튀어오르는 보랏빛 번개를 매섭게 응시했다.
그 전류 안에 담긴 격렬하고 순수하며 멸망의 기운마저 품은 에너지의 본질은 다름 아닌 강기였다. 그것도 단순한 강기가 아닌 정련을 거쳐 이형화된 마치 신뢰처럼 끔찍한 형태로 변모한 최종 형태의 강기였다.
‘저게... 저게 정말 인간의 강기란 말이야? 신뢰에 비견될 만큼 연마된 강기잖아!’
이천후의 마음속에 거센 격류가 몰아쳤다. 이런 수준의 무공은 단지 눈으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넘어서 그는 평생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단숨에 판단을 내렸다. 이 보랏빛 강기는 전설 속 ‘불멸의 기운’, 즉 불사 강기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만절 성녀, 그만둬!”
그때 민예담이 다급히 나섰다.
“황촌과 천기 성지는 이미 혈맹을 맺었고 서로를 우방으로 여기기로 맹약했어! 오늘 이후 우리는 한 뿌리에서 갈라진 가지와 같은 동맹 관계야! 어떻게 동맹에게 검을 겨눌 수 있겠어? 당장 신통을 거둬!”
“맹약?”
만절 성녀는 고개를 살짝 틀며 민예담을 스쳐보듯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도 건조했다.
“그건 그쪽들 일이지, 나와는 상관없어요.”
그녀의 말은 겨울 바람보다도 차가웠고 이어지는 말에는 살기마저 서려 있었다.
“나는 지금 안연철을 만나러 왔어요. 오늘 나를 막는 자는 누구든 죽을 거니까 조심해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내 무심하게 아래로 늘어뜨려졌던 그녀의 손의 엄지가 갑자기 위로 치켜올라갔다.
치이이익...
그와 동시에 정점까지 압축되고 응축된 보랏빛 강기 한 줄기가 허공을 찢었다.
공간은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보라색 번개는 용틀임하듯 터져 나왔다. 그 강기줄기는 곧장 거대한 폭발로 이어졌고 마치 광폭한 용이 바다를 박차고 나와 하늘을 집어삼키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방을 덮쳤다. 그 지나가는 궤적마다 하늘의 빛은 일그러졌고 대기조차 어두워졌다.
강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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