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1장
이천후가 긍정적인 말을 했지만 연민정의 얼굴에는 조금의 공치사나 자만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투명했으며 입가엔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과찬이에요. 이번 수확은 우리 황촌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얻은 결과입니다. 저 역시 황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제 몫을 다했을 뿐입니다. 이 정도로 공을 말하긴 부족하지요.”
그녀는 가볍게 몸을 숙이며 단정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천후의 눈에 찰나의 칭찬이 스쳤고 이내 그의 시선은 작은 산처럼 쌓여 찬란한 빛을 내는 선정 무더기로 향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손가락 끝으로 허공을 그어 보이지 않는 경계를 그었다.
“오십만 근의 오품 선정은 남겨두죠. 자유신장의 운행을 위한 전용 자금으로 쓰일 거예요. 나머지 선정은 세 분이 상의해서 처리해요. 반드시 공평하고 세심하게 마을의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도록 배분해 주세요. 황촌이 이렇게 버텨온 힘은 바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움직인 덕분이니까.”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연씨 가문의 세 자매는 즉시 나란히 대답했다.
이천후는 보물고를 천천히 걸어나와 서늘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곧 그 숨은 긴 여운을 남기며 복잡한 한숨으로 바뀌었다.
“왜 그래? 엄청난 재물을 얻었으면서도 오히려 얼굴에 그늘이 가득하네?”
어디선가 청아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이천후는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조민희였다.
그녀는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그의 뒤에 서 있었고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섰다.
“민희 성녀도 봤잖아요. 지금 우리 황촌엔 인구가 부쩍 늘었어요. 이젠 예전처럼 소소하게 움직이는 때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식구도 많고 일도 커졌어요. 모든 지출을 일일이 따져야 할 판이에요.”
“이번 작전에 수백만 근의 선정을 얻긴 했지만 그럴듯하게 들릴 뿐이지, 정작 이걸 2백 명 넘는 인원에게 나눠준다면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건 얼마나 되겠어요?”
“특히 요즘 수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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