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2장
...
비선성 서하거리.
이곳은 끝없는 번화함이 흐르는 대로였다. 거리에 한 발 들어서는 순간 웅성이는 인파의 소리와 짙은 약향, 각종 법보와 영기들이 뒤섞여 화려한 광휘로 눈앞을 물들였다.
거리 양옆으로는 조각과 채색으로 장식된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그 웅장한 배치는 마치 하늘을 나는 용이 땅 위로 몸을 뻗은 듯 굽이쳤다.
단각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흘러나온 짙은 약향은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희뿌연 안개가 되어 퍼지며 마음을 상쾌하게 적셨다. 보기방 안에는 각양각색의 신병과 날카로운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중 일부는 찬란한 날끝을 감추고 있으면서도 묵직한 기운을 뿜어냈다.
또한 선정과 기묘한 광석, 영초와 이수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점들도 있었는데 각종 희귀 보물들이 금제로 둘러싸인 채 영롱한 빛을 내며 방문객의 시선을 붙들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호객 소리,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 그리고 영수들이 내지르는 울음소리까지 모두 합쳐져 오직 수련자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교향곡을 이루고 있었다.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묘하게 생기가 넘쳤다.
길 위에는 만족의 수련자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오갔고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바람을 타고 옷자락을 날리며 지나가는 인간족 수련자가 있는가 하면 야수의 형질을 드러낸 요족 대장부도 거침없이 활보했고 원소의 빛을 전신에 두른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영족의 생명체도 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종족의 존재들이 오가며 때론 바삐 지나치고 때론 발길을 멈추며 구경했는데, 그 모든 장면이 합쳐져 하나의 기괴하고도 활기찬 생명도처럼 펼쳐졌다. 활기 넘치는 서하거리는 다름 아닌 대료 황실의 직할 구역이었다.
눈부신 금색 갑옷을 입은 황금 친위대가 거리 곳곳의 요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고 그들의 눈빛은 매서운 매처럼 날카로웠다. 표면적으로는 고요했지만 언제든 폭풍 같은 기운을 폭발시킬 수 있을 만큼의 강대한 기세가 그들 주위에 숨겨져 있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누구도 이곳에서 함부로 법을 어기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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