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3장
남자의 눈동자는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으며 그 안에서 찬란한 대일이 떠오르고 가라앉는 듯한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가 눈을 뜨고 감는 순간마다 불꽃 같은 금빛 광채가 쏟아졌고 그것은 마치 영원히 타오르는 신성한 불길처럼 찬란하게 타오르는 신염의 횃불 같았다.
남자의 체구는 하늘을 떠받치는 불주신악처럼 우뚝 솟아 있었고 몸의 선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
피부는 신휘를 받아 마치 옥석처럼 맑고 빛나는 광택을 띠고 있었으나 그 은은한 온화함 아래에는 마치 태고의 흉수가 잠든 듯한 무시무시한 힘이 잠재되어 있었으며 그로부터 퍼져나오는 숨길마저도 마치 혼돈의 시대에서 나온 듯 광포하고 제약 없는 야성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천천히 걸었고 그 걸음마다 마치 대도의 맥락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리듬이 흐르듯 그의 발밑 허공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결이 번졌다.
그가 걷는 모습은 결코 평범한 수련자의 걸음이 아니었고 마치 만계를 거느리는 신왕이 범속한 세상 위를 거닐며 자신의 영토를 유유히 순찰하는 듯한 초월적 위엄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역시 그 여인과 마찬가지로 참된 얼굴은 외부의 시선에서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여인이 신광으로 모습을 감쌌다면 이 남자는 그 육신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무형의 기운으로 온몸이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 기운은 응결되어 실체를 띠는 듯 무겁고 깊으며 마치 심연처럼 압도적인 중압감과 함께 극도의 패도적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 주변의 공간은 미세하게 뒤틀리고 있었고 빛조차도 그의 곁에서 비정상적으로 굽어졌다.
하얀 옷으로 눈처럼 청아한 여인과 신염을 품은 듯 강렬한 남자, 이 남녀는 나란히 걸으며 서로 완전히 다른 기운과 풍모를 뿜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조화와 균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인의 고고함과 신왕의 위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존재만으로도 보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거대한 충격을 자아냈다.
그들이 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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