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6장
이천후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주위에서 일렁이던 뒤틀린 광영 아래로 마치 만년의 빙설이 응고되는 듯한 기세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궁상맞은 폐물’이라는 한마디가 귀에 들어선 순간 억지로 억누르고 있던 기류가 일순 파열되며 찢어질 듯한 살기가 퍼져나왔고 곁에 있던 두 무수조차 등골이 서늘해지며 무의식중에 목덜미를 움츠렸다.
분노에 찬 두 사람이 계속 불만을 토해내고 있을 때 낮고 무겁게 가라앉은 이천후의 음성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두 분, 오해가 있는 듯하군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냉철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이어나갔다.
“우리 황촌은 단 한 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이른바 공개 접수처 따위는 두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터무니없는 액수의 접수비나 추천료를 받는 일 따위는 있을 수조차 없지요.”
“뭐, 뭐라고요?”
두 무수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이천후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을 잇지 못했고 그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은 수많은 수련자들도 숨을 죽인 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충격과 의혹이 교차하는 기류가 주변을 덮쳐왔다.
그러나 이천후의 시선은 이미 황금 누각의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 황촌의 이름을 팔아 이런 더러운 수작으로 명예를 더럽히고 재물을 갈취하는 이 벌레들...”
그의 눈빛은 차디찬 천뢰처럼 날카롭게 금빛 누각 앞을 지키고 있던 게으른 무리들과 그들 뒤에 산처럼 쌓인 정석더미를 꿰뚫었다.
“당연히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이천후의 눈빛은 다시금 두 무수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의심과 경외심이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현장을 가로질렀다.
“잘 보십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천후의 몸이 사라졌다. 잔상도 없었고 빠른 속도의 움직임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던 그의 존재가 공간 속에서 완전히 소거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황금 누각 앞 세 줄로 길게 늘어선 대기열과 다섯 명에서 여섯 명의 흑의 무수들이 지키고 있던 접수처의 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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