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9장
황보재혁은 이천후가 승낙하자마자 두 손을 가슴에 얹고 힘주어 다짐했다.
“문제 없습니다! 대사님께서 정하신 규칙을 똑똑히 새겨듣겠습니다. 한 푼도 빼놓지 않고 전액 상납하겠습니다. 앞으로 저는 대사님의 사람입니다. 황촌을 위해 수익을 올리는 건 당연한 도리이지요!”
이천후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듯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좋아. 이제 네가 황촌의 일원이 되었으니 예전에 장사해서 벌어들인 돈은 주인에게 돌아와야 하지 않겠어? 칠백만 근의 선정을 내놔.”
그 말에 황보재혁의 얼굴에 번지던 웃음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의 입가가 경직되며 경련하듯 꿈틀거렸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며 이 핑계 저 핑계를 찾는 듯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부풀어 오른 거대한 강산대를 꺼내 놓았다.
“여... 여기 있습니다. 안에 5품 정석 350만 근이 들어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지요?”
이천후는 묵직한 강산대를 들어 손에 감각을 익힌 뒤 신념으로 안을 훑었다. 곧 모든 것을 파악한 그는 눈썹을 미세하게 치켜올리며 한층 낮고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째서 절반뿐이야?”
황보재혁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서둘러 둘러댔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나머지 절반은... 대요 황자께 있습니다. 원래 저희가 미리 합의한 대로 번 돈은 절반씩 나누기로 했거든요.”
“대요 황자...”
이천후는 그 이름을 한 번 되뇌더니 눈빛에 서늘한 살기가 번뜩였다.
“알겠어. 그럼 내가 직접 찾아가서 빚을 받아내야겠군.”
그러자 황보재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제발 신중하십시오! 대요 황자는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실력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그분의 뒤에는 대요 황실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쪽은 한 지역을 완전히 장악한 거대한 세력이라 저력은 헤아릴 수 없고 고수들도 구름처럼 많습니다.”
“이 조금한 정석 때문에 그분과 등을 지고 그 거대한 괴물 같은 세력과 맞서는 건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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