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90장
이천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래쪽이 즉시 술렁였다. 예전에 황보재혁에게 속아 쪽을 본 수많은 무수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복잡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기꾼 두목이었던 그가 눈 깜짝할 새 황촌의 모집 책임자로 둔갑하다니, 이 반전은 너무나도 연극 같았다.
이천후는 아래의 소란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말을 끝내자마자 곧 시선을 조민희와 황보재혁으로 향했다.
“가자.”
그 순간 그의 몸이 번쩍 빛줄기로 변해 대요 황자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조민희는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마치 좋은 구경거리를 앞둔 사람처럼 가벼운 걸음을 옮겼다. 치맛자락이 바람결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흘렀고 그녀의 자태는 그림처럼 따라붙었다.
황보재혁은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머릿속에 떠오른 대요 황자의 얼굴에 등줄기까지 싸늘해졌다. 그 황자는 절대 성격이 유순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죽을 맛인 표정으로 이천후와 조민희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필사적으로 뒤쫓았다.
구름과 안개를 가르는 세 줄기의 빛, 그리고 발아래 산하가 눈부시게 스쳐 흘러갔다. 황보재혁은 이천후와 조민희 뒤를 바싹 쫓으며 얼굴 가득 근심을 드리웠다.
“대사님, 아무래도 저와 서민국도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인데 혹시 조금만 봐주실 수 없겠습니까? 일을 너무 심하게 벌이지만 않으시면 저도 중간에서 난처해지지 않을 텐데요.”
이천후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널 데리고 가는 이유는 간단해. 우리는 싸움을 걸러 가는 게 아니라 도리를 세우고 억울함을 풀러 가는 거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야. 네 체면을 깎을 일은 없을 거야.”
“그러시군요.”
황보재혁은 어찌어찌 억지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털끝만큼도 믿지 않았다.
이천후가 말하는 이성적인 대화라는 게 호랑이가 토끼를 앞에 두고 잡아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눈앞의 이 사람은 예전에도 무려 지존연맹의 고대 성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목 베어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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