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26장
밝고도 청아하여 달빛조차 무색케 하는 그녀의 옥 같은 얼굴 위에는 조금 전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놀라움이 아직도 옅게 드리워져 있었다.
‘위험했어! 이천후의 예리함이 이토록 두려울 정도라니. 한 치만 더 어긋났어도 곧장 들켜버렸을 텐데!’
민예담은 가슴속이 식은 기운으로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손끝까지 차갑게 식어감을 깨달았다.
그녀가 자경을 이천후에게 넘긴 이유는 단순히 연락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깊은 뜻이 숨어 있었으니 바로 이 자모경 사이의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연결을 이용해 그녀 자신의 마음 한 조각을 모경에 깃들이게 한 뒤 자경을 통해 그 주변의 모든 정황을 은밀히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그녀를 그렇게까지 움직이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혈영과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의심 때문이었다. 민예담은 언제나 믿지 않았다. 이천후가 천기 성지에서 보여준 능력이 그의 한계라고는.
오히려 그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경천동지할 비밀, 더 고품질의 혈영과를 길러내는 법문을 쥐고 있으리라 의심해 왔다.
그리고 지금 모경을 통해 되돌아온 장면은 그 모든 의심을 단단한 진실로 굳혀버렸다.
“역시!”
민예담의 호흡이 거칠게 요동쳤다. 그녀가 방금 모경을 통해 본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불타는 핏빛의 바다였다. 일곱 자 높이로 솟아오른 열 그루의 혈문 보수가 핏빛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그 가지마다 빼곡하게 매달린 열매들이다.
무겁게 늘어지고 터질 듯 알찬 삼문도 사문도 아닌 무려 백 개가 넘는, 아니 정확히는 수백에 달하는 과실이 있는게 아닌가.
하나하나가 짙은 자줏빛 마귀의 보석처럼 영롱하고 그 표피 위에는 금룡이 몸을 휘감은 듯한 다섯 줄의 금빛 무늬가 선명히 돌며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은 보는 이의 영혼마저 떨게 했다.
“전부 다 오문 혈과야! 한 알도 빠짐없이 오문이야!”
민예담의 손가락이 깊숙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목소리마저 떨렸다.
“이천후 님이 불과 며칠 만에 내가 건넸던 수백 개의 사문 혈과를 전부 다 오문으로 길러냈단 말이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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