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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도순익이 떠난 후 이진기는 두손을 감싸 안고 사무실의 창가에 서서 고요하게 흐르는 남림강을 보면서 침묵에 빠졌다. 김나희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김동성이 그에게 고개를 약간 흔들었다. “지금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우선 그를 방해하지 말자.” 김나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진기를 바라보았다. 김나희는 회사 내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이진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순익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심지어 아버지조차도 대부분의 경우에서 희망을 이진기에게 거는 것을 익숙해냈다. 마치 이진기만 있으면 어떤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진기의 제일 가까운 사람으로서 김나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여유의 대가는 바로 무수한 밤 동안 이진기가 한차례 또 한차례 고려하고 판단하며 전체의 국면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아무나 마음대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0여 분 동안을 생각한 이진기는 갑자기 말했다. “기다릴 수 없습니다.” 김동성과 김나희 부녀는 서로 쳐다보며 이진기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때 이진기는 이미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마 대표님. 저예요, 이진기.” “이 대표님, 저희도 당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서 마도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진기가 물었다. 마도운은 대답했다. “저는 이 대표님께서 믿을 수 있는 약속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은 제가 다 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들에게 끝없이 생각할 시간을 드릴 순 없습니다. 시간은 나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저에게나 AL 무역 회사에나 시간은 매우 촉박합니다.” “그래서 저는 즉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을 제의합니다. 만약 마 대표님께서 동의할 수 있다면, 대표님의 한 표를 저에게 주신다면, 저는 전력을 다해 AL 무역 회사의 굴기를 부축할 것입니다. 만약 마 대표님께서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진기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다음 내용이 무엇인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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