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0화

“허웅이 가지고 논거잖아. 더러워.” 이경한은 말을 마치고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원래도 혈색이 없던 강유미를 더욱 굴욕적으로 만들었다. “너희들은 살고 싶으면 나를 찾지 말고 그를 찾아.” 이경한이 이진기를 가리켰다. 강유미와 강지웅이 진기를 쳐다보았다. 진기의 얼굴은 여전히 평온하다. 방금 이경한과 강유미의 대화에서 진기는 중요한 정보를 포착했다. 이경한은 허웅을 알고 있다. 강유미와 허웅이 교제를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오호라,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이다. “이,이진기.” 강지웅은 이진기를 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진기의 눈동자가 강지웅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조롱하지도, 승리를 선언하지도 않는 진기의 눈빛은 평온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강지웅이 갑자기 이진기에게 무릎을 꿇었다. “금산을 밀어내고, 유주를 넘기다”라는 표현처럼, 강지웅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아빠!” 강유미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강지웅 곁으로 달려갔다.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썼다. “아빠, 왜 이래, 이진기한테 왜 무릎을 꿇어! 미쳤어!” 강지웅은 오히려 강유미를 밀어냈다. 그는 이진기를 응시했다. 강지웅은 비할 데 없이 퇴폐적이고 늙어 보였다. “이진기, 내가 무릎까지 꿇었잖아.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 않을게. 다만 유미를 내 보내줘.” “이 모든 일은 나 혼자 감당할 거야. 나도 알아. 지금 너와 어떤 조건을 내걸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이것을 내가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해.” 말을 마친 강지웅은 허리를 굽혀 머리를 땅에 세게 박았다. 그는 이진기에게 절을 했다. “아빠!” 강유미는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는 처량하고 슬펐다. 그러나 강지웅은 절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진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진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경한은 흥미롭다는 듯 이진기를 바라보았다. 마치 연극을 감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방금 보았던 발레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