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7화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에 있는 그 눈에 거슬리는 숫자를 보며, 손영훈은 피가 목구멍으로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1억6천으로, 하루 만에 어떻게 12억을 넘게 벌 수 있어! 불가능한 일이야, 가짜! 틀림없이 가짜야! 말해봐, 이거 너희들이 가짜 프로그램을 써서 나를 속이는거지?”
그가 믿을 수 없다며 죽어라 이진기를 노려보며 소리치자 이진기가 가볍게 칭찬했다.
“상상력이 참 좋아.”
그 사이 성질이 급한 주현욱은 즉시 모든 계좌를 정리하고 현금을 인출했다. 휴대폰에서 13억6천만원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연 뒤 손영훈 앞에 놓았다.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봐요. 이 문자가 가짜일까요?”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보던 손영훈이 멍해졌다.
“아니야!”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폭발한 그가 이진기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돈을 돌려줘!”
손영훈도 일반인에 비해서는 돈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12억을 이렇게 내팽개칠 정도는 아니다. 그가 정말 돈이 많았다면 주현욱에게서 수수료 30%를 벌려고 애쓰지 않았을 것이고, 이진기와의 도박을 위해 하루종일 이 사무실을 지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재산이 20억 정도밖에 안 되는 그에게, 한꺼번에 12억을 뺏는 것은 목숨의 절반을 앗아가는 것과 같다.
분노가 극에 달하자 손영훈은 체면을 버리고 손을 뻗어 이진기의 바지주머니에 있는 수표를 빼앗으려 하자, 장기현이 몸을 던져 이진기 앞을 가로막더니 큰 키에 위협적인 표정으로 손영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내기에서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고 돈을 뺏고 싶어?”
손영훈의 얼굴이 화가 나서 어두워지며 소리질렀다.
“이건 분명 너희들이 나를 끌어들여 속이려고 일부러 꾸민 함정이야! 인정할 수 없어!”
“손 사장님.”
이진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뭔가 이해를 잘못하신 것 같은데요. 이 내기는 아무도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뛰어드신 거죠. 그리고 30분 전까지만 해도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계셨죠. 심지어 저한테서 뺏은 12억을 어떻게 쓸지 상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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