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4화

하지성! 이 이름을 듣고, 이진기는 침착한 척했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그는 하지성을 거의 까먹을 뻔했다. X시에 있을 때 하지성이 이진기를 좀 귀찮게 하긴 했지만, 일이 해결된 후 하지성은 마치 인간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고 그 뒤로는 바빠서 그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놈이 또 나타나다니. 이번 일의 배후가 하지성일 거라고 예측하는 게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그쪽에서 먼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 사람이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걸 보고 좀 잘보일려고 했지. 그는 나에게 분부를 내리고 일을 하게 했어. 주로 너를 공격하는 일이었지. 나는 그의 목표가 나와 같고, 나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서 승낙했어.” 차갑게 말하던 이호영이 이진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불은 내가 지른 게 맞아. 아까 내가 자백하면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지?” “나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하지만 이호영에게 웃어보인 이진기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근데 네가 나를 도와 한 가지 일을 좀 해줘야겠어.” 이호영은 냉소를 지었다. “꿈 깨. 나는 너를 돕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거야.” “그래.” 고개를 끄덕인 이진기가 유채강에게 말했다. “시 사무실 쪽에 연락해서 불을 지른 사람을 내가 이미 찾았다고 말해. 그리고 공정하게 법대로 처리하라고 해.” 그 말을 듣고 이호영의 안색이 변하며 크게 화를 냈다. “이진기! 이 비열한 소인배야! 분명히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잖아!!!” 이진기가 담담하게 말했다. “부동산 회사는 나와 장인어른이 함께 차린 거야. 내 손실은 너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장인어른의 손실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호영은 이를 갈면서 이동영에게 으르렁거렸다. “잘 봐! 내가 말했지, 이진기는 음침한 승냥이 같은 놈이라고! 지금 나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잖아! 이 모든 건 형 때문이야!” 이동영이 난감한 얼굴로 이진기를 쳐다보자, 이진기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