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화
유하연은 정신이 멍한 채로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하마터면 달려오던 차에 치일 뻔하기도 했다.
“조심해.”
옆에서 지켜보던 심윤재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당부했다.
“네 몸부터 챙겨. 다른 건 그다음에 생각해.”
유하연은 고개만 끄덕이고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흔든 뒤 발길을 옮겼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심윤재의 표정이 몇 차례 변했다.
“미안...”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속삭임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그 CCTV 영상이 조작된 것임을 심윤재는 알고 있었다. 조작자는 다름 아닌 유채린이었다. 하지만 유하연이 유도경과 엮이지 않게 하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라 여겼다. 유도경에에서 완전히 떨어져야만 그녀를 지킬 수 있으니까.
지금 유씨 가문과 심씨 가문 모두 유하연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그는 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유채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 다 끝났어?”
상대 목소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또 마음 약해져서 망치지만 않았기를 바라.”
“안 그랬어.”
심윤재가 냉담하게 대답했다.
유채린은 비웃음을 흘렸다.
“너 유하연을 구하려고 하는 거 다 알아. 유하연만 떠나면 부모님한테 말해서 원래 계획 무산시켜 줄게.”
심윤재는 단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눌렀다.
“약속 지켜.”
“당연하지.”
유채린은 태연했다.
이 말에 심윤재는 겨우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유채린의 입가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유하연을 살려 두라고? 그럼 날 망가뜨린 건 누가 책임져?”
그녀의 얼굴에는 짙은 원한이 서려 있었고 살기까지 번뜩였다.
증거는 자신이 조작했지만, 심윤재가 건네야 유하연이 믿을 터였다. 그래서 유동민의 지시로 그를 이용한 것이다. 심윤재는 제대로 미끼를 물었다.
한편.
정신을 잃을 듯 흐느적거리던 유하연은 어느 순간 박미자가 살던 옛집 앞에 서 있었다.
“돌아왔네.”
마당에서 나온 부정빈이 그녀를 보고 반가움에 눈을 반짝였다. 그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무 말 없이 문턱에 걸터앉은 그녀를 보며 부정빈이 물었다.
“복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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