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4화
유도경이 눈썹을 올렸다.
“안 그러면 뭐 먹어?”
부정빈은 입가를 씰룩거렸다.
유하연은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떠먹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애초에 연정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이려 온 거였고, 사실 그녀도 이 아이스크림을 꽤 좋아했다.
곧 주방장이 다시 나와 어린이 세트를 배치했다. 연정의 몫이었다.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배 아파.”
유도경이 경고하며 그녀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빼앗았다.
“어린이 배탈 나게 하는 아이스크림은 전부 버릴 거야.”
연정은 급히 어린이 세트를 크게 한입씩 먹기 시작했다.
“너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
유도경과 연정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정빈은 씁쓸해져서 비꼬듯 물었다. 아무리 봐도 유도경이 육아를 알 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 자식을 안 죽이는 것만 해도 다행일 테니 말이다.
부정빈의 의심에 유도경은 코웃음으로 응수했다. 예전에 문상훈에게 부탁해 모아둔 두툼한 육아 자료를 떠올리며, 그는 무표정하게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곧 유하연의 간단한 식사도 나왔는데, 전부 그녀의 입맛에 맞춰 조리된 것이었다. 주방장이 미리 지시를 받은 게 분명했다.
반면 부정빈 앞에는 유도경의 것과 똑같이 보이는 블랙커피 한 잔만 놓였다. 그는 굳은 얼굴로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가 뿜어낼 뻔했다.
‘엄청 쓰네!’
이건 평범한 블랙커피가 절대 아니었다.
그는 화난 표정으로 유도경을 노려보았다. 유도경은 냉소를 머금고 블랙커피를 들어 보이며 도발하듯 눈썹을 올렸다.
두 남자 사이에는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식사를 끝낼 때까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연정이 배를 채웠을 즈음, 부정빈이 먹은 건 블랙커피 한 모금과 분노뿐이었다.
식후에 유하연은 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 유도경을 바라봤다.
“듣기로는 유 회장님이 회사에서 물러났다던데 사실이야?”
갑작스러운 말에도 유도경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극도로 선을 긋는 듯한 말투를 쓰자 눈매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응. 나이도 먹었으니 물러나야지.”
어떻게 물러났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