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화

왜 차정연이 송기백한테 저렇게까지 날을 세우는 거지? ‘잠깐만... 송씨 가문, 송기백... 설마?’ 그 순간, 마음속에서 떠오른 하나의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졌다. “아주머니께서 저를 싫어하는 거 알아요. 제 출생도,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겠죠. 하지만 저는 정말 단 한 번도 형과 뭘 다퉈보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저는 그냥...” 송기백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닥쳐!” 차정연의 목소리는 싸늘함을 넘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송기백,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아들을 형이라고 불러? 퍽이나 우습다, 정말. 우리 아들과 뭘 다퉈보겠다는 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아들은 송씨 가문의 정식 후계자야. 하지만 너는 그저 천하디천한 사생아일 뿐이잖아. 우리 아들 신발 끈 하나 묶어줄 자격도 없는 놈이. 내가 지금까지 입에 풀칠이나 시켜준 건 네 몸에도 우리 남편 피가 섞여 있으니까 그냥 눈감아준 것뿐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널 받아들였다는 착각은 하지 마.” 차정연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격하게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오늘은 내 생일이야. 너 같은 인간 때문에 기분 망치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그 소리를 들은 임수아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역시 그녀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송기백은 정말로 송씨 가문의 사생아였다. 물론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임수아가 앉아 있던 자리는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비교적 외진 공간이었다. 벤치 뒤로는 굵고 큰 나무가 우거져 있어 그녀의 모습은 거의 가려져 있었고 그 나무 너머로는 바로 분수대가 있었다. 지금 송기백과 차정연이 서 있는 곳이 딱 그 분수대 옆이었다. 임수아가 이 자리를 벗어나려면 그들 앞을 지나야만 했다. 이 상황에서 괜히 나섰다간 셋 다 민망한 장면이 되어버릴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말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말없이 서 있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