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불과 잠깐 사이였는데 분위기는 전혀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서윤미는 기대에 찬 얼굴로 혼잣말하듯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형부가 제일 신경 쓰는 사람은 우리 언니지.” 윤정후와 고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윤시혁이 서은채를 데리고 자리를 뜨는 걸 본 순간, 임수아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사실 그전까지 임수아는 윤시혁 일행이 이곳에 온 줄 몰랐다. 남지희가 조용히 알려주고 나서야 그제야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윤시혁이 들어서는 걸 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은근한 기대가 피어올랐다. 혹시 자신이 스피지 바에 있다는 걸 알고 윤시혁이 일부러 이곳으로 장소를 옮긴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윤시혁은 서은채를 데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 그 순간, 임수아의 가슴 한편이 저릿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미세한 변화를 옆에 있던 남지희가 먼저 눈치챘다. 남지희는 조용히 몸을 살짝 기울여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은채 씨가 무슨 일로 시혁 씨한테 부탁한 걸 수도 있잖아.” 임수아는 눈을 천천히 내리깔았다. 얼굴에는 특별한 표정 하나 없었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럴지도.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말을 남긴 그녀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화장실에 가는 길, 머릿속은 이미 복잡한 생각들로 흐려져 있었다. 손을 씻고 나왔을 때도 곧장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홀 옆 작은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잠깐이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그 조용한 공간에 도착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등 뒤에서 듣기 싫은 익숙한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수아 씨, 형부가 우리 언니 어디 데려갔는지 알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임수아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속으로 혀를 찼다. ‘잠깐 숨 좀 돌리러 나왔는데 이런 날파리가 또 따라붙다니. 재수가 없네.’ 임수아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몸을 돌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