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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결국 박훈의 곁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경매는 곧 시작됐고 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열 손가락을 단단히 맞잡은 채, 때때로 고개를 숙여 연인처럼 다정하게 내 귓가에 속삭였다. 심지어 그는 나를 위해 최고가격으로 아홉 자릿수에 달하는 사파이어 풀 세트를 낙찰받았다. 순식간에 경매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박씨 가문의 도련님 미친 거 아니야? 저런 년을 위해 돈을 쓴다고?” “그러니까 수단이 있는 거지. 사진 못 봤어? 몸매 좀 봐. 어느 남자가 버티겠어? 다들 좀 배워.” 차마 귀에 담기 힘든 말들이 쉼 없이 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리 귀를 막아도 소용이 없었다. 반면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박훈의 얼굴은 담담했다. 게다가 그는 일부러 더 요란하게 직원을 불러 나를 위해 담요를 요구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제 아내의 몸이 찬 편이라 담요 하나 주세요.” 예전 같았으면 난 이게 사랑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이렇게 과시하듯 행동할수록 내가 다시 한번 모두의 표적이 된다는 걸 알아챘다. 이게 바로 그가 원하던 일이었다. 속이 다시 울렁거렸지만 나는 손톱이 손바닥에 깊이 파묻은 채 이를 악물고 경매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경매품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경매품을 확인한 순간 나의 몸은 마치 얼음 구덩이에 던져진 것처럼 굳어 버렸다. 경매품은 바로 내가 유린당하던 순간의 사진이었다. 중요한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지만 사진 속 주인공이 나라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내가 유린당한 뒤 누군가 몰래 찍어 둔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옆을 바라봤다. 박훈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이 담담했다. ‘그래. 박훈은 박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나는 박훈의 약혼녀야. 박훈의 지시 없이는 누가 감히 이런 자리에서 내 사진을 낼 수 있겠어? 이건 박훈의 체면을 짓밟는 일일 텐데...’ 현장에 있는 남자들의 끈적이고 추잡한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역시 무용 전공은 다르네. 이십 년 이상 연습하지 않으면 이런 자세 나올 수 없어.” “미쳤다. 이거 모자이크 한 게 더 꼴리네.” “꼴리면 찍어 가면 되지 뭐. 비록 박 도련님의 여자지만 침대 머리맡에 두고 보는 맛도 있잖아.” “맞아. 10억!” “11억!” “12억!” 입찰가격을 부르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내 머릿속이 갑자기 울리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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