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오늘 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이미 지쳐버린 나윤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태준 역시 말이 없었고, 차 안은 금세 고요해졌다.
번화가를 지나던 중, 옆에 있던 조태준이 물었다. "야식 먹을래요?"
나윤아는 고개를 돌려 한 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요, 다음에 먹죠."
지금 그녀가 원하는 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푹 잠드는 것이었다.
차가 아파트 앞에 멈췄을 땐, 벌써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나윤아는 안전벨트를 풀며 조태준을 향해 말했다. "오늘 밤 고마웠어요. 굳이 내리지 않으셔도 돼요."
그녀의 말에 조태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운전대에 손을 올린 그는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윤아 씨, 다음은 언제쯤이죠?"
막 돌아서려던 나윤아는 그의 물음에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언제 다시 조태준 씨를 만나게 될지 지켜봐야죠."
그녀는 손을 살짝 흔들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이 시각, 엘리베이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나윤아는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밤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는 약간 멍해졌다.
“딩”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생각을 거두고 발을 내디뎠다.
그녀가 사는 집은 복도 끝 모퉁이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와 복도를 돌자, 그 끝 창가 아래에 서 있는 김준혁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나윤아는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를 짓곤, 곧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갔다.
"준혁 씨, 설마 나 기다리고 있던 거야?"
그녀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맺혔지만, 맑고 동그란 눈동자에는 조금의 웃음기도 없이 차가운 기색만이 비쳤다.
예전의 그녀는 절대 그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눈을 바라볼 때면, 언제나 빛이 가득했고 그 빛은 반짝이곤 했다.
하지만 이혼 후, 그녀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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