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장
유도현의 말을 들은 김준혁은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입을 벌려 뭔가 반박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나윤아에게 미안하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결혼을 먼저 꺼낸 게 비록 그였지만, 그건 그날 밤 나윤아가 그를 함정에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든 악행의 시작은 바로 그날 밤이었으니.
만약 나윤아가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 않았다면, 그는 나윤아와 결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녀 역시 그와 결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김준혁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날 밤은 나윤아가 꾸민 짓이야."
유도현은 아직도 정의감에 불타 할 말들이 한가득이었다. 김준혁을 욕할 이런 드문 기회를 그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김준혁의 말을 들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러던 그때, 유도현은 번뜩 뭔가 떠올랐다. "혹시 그날 밤, 나윤아 씨도 어쩌면 피해자였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어?"
유도현은 평소에는 그다지 믿음직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주 진지하다.
그의 질문은 바로 김준혁을 깨우쳤다.
그때 그 일을 김준혁은 상세하게 조사해 본 적이 없다.
그날 밤, 그의 술에 누군가가 약을 탔다. 마침 그 며칠 동안 문기현이 휴가를 내고 곁에 없어, 그는 억지로 욕구를 참으며 방으로 돌아왔다. 그가 막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을 때, 한 여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여자는 그를 알고 있었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오래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했다.
약에 취한 그는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고, 여자가 달려들 때는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게다가 그때 김민덕이 계속해서 그에게 정략결혼을 강요하고 있었기에 그날 밤 그는 아예 모든 걸 포기해 버렸다. 어차피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그는 눈앞의 여자로 욕구를 해소하기로 했다.
사실 김준혁은 그날 밤의 일을 잘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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