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심민지는 거친 바람에도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얼른 트렁크를 쫓아갔다.
바람 때문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지만 다행히 트렁크가 소파에 걸려 폴대는 잡을 수 있었다. 이제 복도로 피신해 들어가면 되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복도에 선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일단 트렁크 내려두고 와요.”
“돈보다는 목숨이 중요하죠. 얼른 버리고 와요.”
트렁크에 전 재산이 들어 있는데 이것마저 잃어버리면 빈털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채진화가 준 돈과 초콜릿도 안에 들어 있었다.
차디찬 인생에서 느낀 유일한 따듯함인데 이대로 바람에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그때 밖에서 날아든 나무껍질이 심민지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전에 다친 곳을 명중하지는 않았다.
불행한 건 그 충격으로 심민지는 또 한 번 의식이 흐릿해졌다. 정신을 잃기 전 뚱뚱한 남자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돈이 목숨보다 귀한 사람은 처음이네. 머리를 다치고도 바람에 맞섰으니 쓰러져도 말 다했지.”
그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건 성지태의 얼굴이었다.
‘미치겠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그놈 생각은 왜 나는 거야.’
심민지는 이대로 호텔 로비에서 죽어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이미 복도로 들어와 성지태의 품에 안겨 있었다. 게다가 손은 아직도 트렁크를 쥐고 놓지 않은 상태였다.
뚱뚱한 남자가 말했다.
“이 남자 덕분에 산 거예요. 수전노가 따로 없네.”
복도는 확실히 바람이 약했다.
심민지는 트렁크를 잡은 손을 풀고 나서야 성지태가 눈에 들어왔다. 성지태는 온몸이 홀딱 젖은 데다 머리에는 나뭇잎도 붙어있었다.
이렇게 초라한 모습의 성지태는 심민지도 처음이었다.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성지태는 심민지가 깨자 홀 매니저에게 말했다.
“의사 불러와요.”
홀 매니저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 호텔은 프리미엄이 아니라서 의사 선생님을 두지는 않습니다. 태풍이라 이 근방의 의사를 부르기도 어렵고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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