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허지연은 심명준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찌그러져 버린 차 문을 미친 듯 밀어젖혔다. 귀를 찢는 금속 마찰음이 울리고서야 문틈이 겨우 벌어졌다.
허지연은 심한 전염병을 피하듯 손발을 짚어 차 밖으로 기어 나왔고,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 도로 쪽으로 달아났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 순간, 심명준의 뻗었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심명준은 신유리와 막 사귀었던 첫해를 떠올렸다. 두 사람이 새로 개발하는 리조트를 시찰하러 갔던 날, 공사 현장에서 큰 자재가 위에서 떨어져 그대로 심명준을 덮치려 했다. 늘 병뚜껑도 잘 따지 못하던 신유리가, 생각할 틈도 없이 뛰어들어 온몸으로 심명준을 밀쳐 냈다. 무거운 물체가 신유리의 등을 스치며 떨어졌고, 등에는 뼈가 보일 만큼 깊은 상처가 갈라졌다.
피범벅이 된 신유리를 안고 심명준의 손은 덜덜 떨렸지만 신유리는 이를 악물고 겨우 웃으며 말했다.
“명준아, 너만 괜찮으면 돼.”
그리고 3년 전에도 신유리는 똑같이, 자기 목숨을 내주는 방식으로 바닷가에서 심명준을 구했다.
그런데 심명준은 그 두 번의 목숨 같은 진심을 대체 어떻게 갚았던가. 허지연의 거짓말을 믿고, 신유리의 결백을 의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말로 상처를 줬다. 심지어 신유리가 가장 심명준이 필요하던 순간, 심명준은 신유리를 버리는 쪽을 택했다.
“허...”
심명준은 웃고 싶었으나 그때 입에서 피가 왈칵 솟았다.
정말 하늘은 공평했다. 인과응보가 이렇게 또렷할 줄은 몰랐다. 심명준은 허지연을 위해 신유리를 버렸고, 이제 허지연은 죽고 사는 순간에 망설임 없이 심명준을 버렸다.
세상에서 심명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 심명준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사람은 심명준이 가장 깊게 상처를 준 그 여자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신유리마저...
의식이 점점 흐려진 심명준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차창 밖의 흐릿한 달빛이었다. 신유리가 떠나던 밤의 달빛과 너무도 닮았었다. 심명준은 눈을 감고 어둠이 자신을 삼키도록 내버려뒀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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