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고우빈은 아무 말 없이 내 목을 계속 눌러주었다.
솔직히 고우빈의 손놀림은 정말 좋았다. 몇 번 눌러주니 뻣뻣했던 목이 많이 풀리자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도 돼... 이제 됐어.”
너무 작은 소리라 고우빈은 듣지 못한 듯 계속해서 집중하며 목을 주물러주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벽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고우빈의 옆얼굴 라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햇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며 벽에 실루엣이 선명하게 나타나자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우아하게 보였다.
고개를 살짝 들자 그림자가 마치 고우빈의 턱에 닿을 듯한 모습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이런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며 순진무구했던 열여덟 살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부터 고우빈을 만났더라면...’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렇게 상냥하고 배려 깊은 남자라면 그 어떤 희생을 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고우빈은 적어도 사랑 때문에 나를 힘들게는 하지 않을 사람일 테다.
그림자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목의 따뜻한 손길이 멈춘 걸 알아채지 못한 나는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그의 얼굴을 보자 ‘으악!’하는 소리를 냈다.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잡은 고우빈은 깨끗한 안경 렌즈 너머로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멈춘 채 고우빈을 쳐다보았다.
창밖으로 들어온 햇빛에 공중의 먼지들이 보였다. 그 빛줄기는 고우빈의 각진 얼굴을 따라 내려와 부드러운 입술에 머물렀다.
고우빈의 입술은 정말 아름다웠다. 연승훈의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듯한 입술이었다.
오랫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던 고우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후에야 정신을 차린 나는 시선을 돌렸다.
“왜... 웃어?”
고우빈이 내 귀밑머리를 가볍게 넘기며 속삭였다.
“놀리는 거 아냐. 지안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는 어리둥절해 되물었다.
“귀엽다고? 내가?”
고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귀여워. 지안이 넌 정말 귀여워.”
얼굴이 붉어진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귀엽긴 뭐가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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