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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왔어요, 왔어

배문수의 등 뒤로 마련된 예단대 위에는 손님들이 정성껏 마련해 온 선물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포장지마다 화려하고 예사롭지 않아 그 안에 담긴 물건들의 비범한 값어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주민우와 심유라가 걸음을 멈추기도 전, 서울의 이름난 보석 가문인 한씨 가문에서 보낸 선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희귀한 비취를 깎아 만든 관음상이었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빛깔이 감도는 옥석 위에 세밀하게 새겨진 조각은 어느 한 곳 모난 데 없이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숨을 죽인 채 관음상의 자태를 살피며 그 값어치를 가늠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침묵이 감도는 틈을 타 심유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회장님, 이건 인천 주씨 가문에서 준비한 생신 선물입니다. 화가 조희찬 선생의 산수화로 60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지요.” 자유분방하면서도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선과 대담한 색채를 구사하는 조희찬의 화풍은 상류층 수집가들 사이에서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 산수화는 본래 주민우의 부친이 몇 년 전 경매장에서 공을 들여 낙찰받아 서재 깊숙이 간직해 오던 보물이었다. 그런 물건을 선뜻 내놓은 것을 보니 주민우가 이번 세븐힐 리조트 프로젝트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알 만했다. 딸들과 담소를 나누던 배문수가 고개를 들었다. 주민우를 확인하자마자 인자하던 웃음기가 가시고 얼굴 위로 엄격한 기운이 서렸다. 그는 심유라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셋째 딸 배윤슬에게 턱짓으로 선물을 받으라고 일렀다. “주씨 가문에서 애를 많이 썼구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 난 심유라가 다시금 아부를 보탰다. “무척 정정해 보이세요. 분명 무병장수하실 거예요.” 하지만 심유라의 기대와는 달리 귀한 그림은 예단대 구석의 보잘것없는 짐짝들 틈에 무심하게 놓일 뿐이었다. 무안해진 심유라가 무언가 덧붙이려던 찰나, 어디선가 할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사람들은 길을 터주었다. 육지환이 그 틈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배문수의 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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