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하지민이 저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수 있다는 건, 분명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쳤기 때문일 터였다.
소위 목격자라는 사람들도 진작 다 짜맞춰 놓았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서아라는 퇴근길마다 매일 같이 그 길을 지나갔다. 그러니 하지민이 그녀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여론까지 들끓기 시작했고, 하지민은 충분한 준비를 끝낸 데다가 차건우까지 등에 업었다.
이번 일은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예전엔 항상 윤수아가 하지민 대신 앞장서서 싸워주곤 했다.
뒤늦게 사소한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신경 쓸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하지민이 직접 몸을 날려 일을 벌였다.
서아라의 관자놀이가 은은하게 욱신거렸다. 하지민이 이렇게 몇 번이고 사건을 벌인다면 차건우와 원만히 끝내고 싶다는 바람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쿵! 쿵! 쿵!”
서아라가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오만방자한 표정의 윤수아와 팔 한쪽을 붕대로 칭칭 감은 하지민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아라! 이 살인자!”
윤수아는 냅다 거침없이 소리를 지르며 서아라에게 손가락질했다.
“저번에는 교묘하게 발뺌해서 피해 갔겠지만, 이번엔 또 어떻게 빠져나갈 거야?”
서아라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더니 목소리 역시 살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내 병실에서 당장 나가요.”
“나가야 할 사람은 너겠지.”
윤수아는 탁자 위에 있던 물컵을 들어 서아라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서아라, 똑똑히 들어! 이번엔 건우 오빠가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 살인자야. 남은 인생은 평생 감옥에서 살아.”
환자 신세였던 서아라는 기습으로 날아든 물벼락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 가득 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이미 서아라에게 수없이 당해왔던 윤수아는 그녀가 무력하게 누워있는 지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새로 생긴 원한과 오래된 앙금을 한꺼번에 터뜨릴 생각에 윤수아의 표정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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