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6화
어릴 때부터 재벌가 도련님으로 풍족하고 우월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집을 잃은 개가 되어버린 게 어떤 건지 제대로 경험했을 거다.
죽기보다 못한 인생을 살 바엔 차라리 한번 도박해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겠지.
사람은 막다른 길에 몰리면 그제야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차건우가 심은우의 입에서 원하는 걸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대통령도 이 일에 관여한 게 분명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인 천승우가 어떻게 이런 일에서 빈틈을 보이겠나.
임우현이 그동안 그렇게 바쁘게 움직였는데도 단서 하나 찾지 못했다.
‘차건우가 어떻게 고작 사흘 만에 증거를 찾아냈지?’
서아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차피 차건우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도 그녀를 데려가는 건 말 한마디면 가능한 일이었다.
서아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차건우가 그녀 대신 몇 벌의 옷을 가지런히 가방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출장을 자주 다니고 결벽증이 있어 자기 물건을 남이 만지는 걸 싫어했던 차건우는 보통 직접 물건을 정리하는 편이었다.
서아라는 차건우가 흐트러짐 없이 옷을 넣어 정리하는 모습을 보다가 무슨 강박증이라도 있는 사람 같아 금세 시선을 돌렸다.
내일 천아연이 오면 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텐데 그때 똑바로 정신을 차리려면 지금 일찍 쉬어야 했다.
서아라는 일찍 잠들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아연이 찾아왔다.
같이 온 일행에는 대통령과 영부인도 있었다.
영부인은 서아라를 보자 눈빛에 차가운 냉기가 스쳤지만 곧바로 감추었다.
속으로는 서아라가 무척 싫어도 겉으로는 형식적인 말을 건넸다.
“서아라 씨, 아프다고 들었는데 보러 올 시간이 없었어요. 오늘에 시간이 나서 이렇게 왔는데 우리를 원망하지는 않죠?”
서아라는 영부인을 살짝 흘겨보며 담담히 말했다.
“대통령님과 영부인께서는 하루 종일 나랏일로 바쁘시잖아요. 시간을 내서 절 보러 온 것만으로 큰 영광인데 제가 어떻게 원망하겠어요.”
서아라도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넸지만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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