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2화
차건우는 웨이터를 불러 메뉴를 주문했다.
차건우는 말이 적은 사람이었고 박태민은 아직 화가 난 상태라 둘은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오히려 고연서와 서아라가 가끔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끼리 이야기한 내용은 겉도는 개인 상황에 관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서아라는 짧은 대화 속에서도 몇 가지 내용을 파악했다.
고연서는 집안 배경이 좋았고 기업의 부대표에다가 업무 능력도 뛰어났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녀의 출신이 차건우에게 충분히 어울린다는 것이다.
서아라는 이미 오늘 이 저녁 식사의 목적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박태민은 자신이 선택한 외손자 며느리를 데려와 함께 ‘별 볼 일 없는 차건우의 와이프'를 만나려는 것이다.
저녁 음식은 금방 준비됐다. 서아라는 부담 없이 음식을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S시에서 꽤 유명했는데 음식은 비쌌지만 맛이 아주 훌륭했다.
많은 곳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을 단지 협상 장소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환경과 서비스는 좋았지만 음식 맛은 형편없었다. 이 레스토랑은 서아라가 비교적 즐겨 먹는 곳이었다.
“서아라 씨.”
갑자기 맞은편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아라는 고개를 들고 박태민을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물었다.
“어르신 무슨 분부라도 있으세요?”
박태민은 심사하듯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어르신... 꽤 다루기 힘들어 보이네.’
서아라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서아라 씨의 아버지는 이미 은퇴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대진 그룹을 관리하는 건 서아라 씨의 오빠라고 했죠?”
“맞습니다.”
“얼마 전 정씨 가문에서 생긴 일에 대해 서아라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서아라는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박태민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때 건우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정씨 가문은 확실히 망했을 거예요.”
서아라는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
“말하자면 저는 건우에게 정말 감사해요.”
박태민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옆에 있던 고연서까지도 서아라를 힐끗 쳐다보았다.
서아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리해 박태민이 할 다음 말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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