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양승아가 한탄을 끝내더니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컵이 비어버린 것을 깨닫고 맞은편 심가은의 빈 잔을 보며 말했다.
“우리 나가서 커피 좀 더 받아 옵시다. 방송국 사람들 속물인 건 맞는데 커피는 괜찮네요.”
심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탕비실로 커피를 채우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손이연과 마주쳤다.
손이연은 대뜸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며 어깨를 부딪쳐 왔다.
양승아는 재빨리 피한 덕분에 커피가 조금 튀긴 했지만 뜨거운 물에 데거나 옷이 더러워지는 건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가은은 그러지 못했다. 뜨거운 커피에 손등을 다친 것은 물론이고 옷까지 얼룩지고 말았다.
손이연이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심가은은 손이연에게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방송국 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힐까 봐 참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양승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손이연, 지금 무슨 짓이야?”
손이연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냥 실수로 살짝 부딪친 것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너희 둘만 귀한 몸이야? 나도 꽤 아팠거든!”
“일부러 그런 거잖아! 길이 이렇게 넓은데 왜 굳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거야? 고의가 아니라고? 난 못 믿겠어!”
손이연이 조롱하듯 말했다.
“설령 고의였다고 한들,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나를 때리기라도 할 거니? 큭큭, 양승아, 너랑 심가은은 오늘 같이 연습할 파트너도 못 찾아서 연습도 못 했잖아. 그걸로 정신 차릴 법도 한데 여전히 이러네? 감히 또 나를 건드렸다간 둘 다 바로 퇴출당하게 해줄 수도 있어!”
양승아는 완전히 격분하고 말았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손에 든 커피를 손이연에게 뿌렸다.
손이연은 손으로 막아냈지만 뜨거운 커피가 얼굴에 직접 튀는 것만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옷이 더럽혀진 것을 확인한 손이연은 타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옆에 있던 의자를 획 잡아채더니 사정없이 양승아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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